4300여 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파기환송심에 이어 재상고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사업가의 뒤집힌 법정진술 신빙성이 유무죄를 갈랐다. 이로써 '별장 성접대 동영상'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전 차관 사건이 의혹 제기 9년 만에 전면 무죄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재상고심에서 검찰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차관은 2000~2011년 이른바 '스폰서' 역할을 한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김 전 차관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최씨로부터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인정해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유죄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 증언에 문제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최씨가 법정 증언 전 검찰에 소환돼 면담한 뒤 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가 면담 과정에서 회유·압박을 받아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 최씨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최씨와의 사전면담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동안 진행됐는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기존 판단을 유지하며 김 전 차관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이 제기되지 않거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되었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미 확정력이 발생하였거나 그와 마찬가지의 효력이 있는 부분에 대한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으로 김 전 차관의 형사처벌 절차는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약 9년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직후 언론에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고위 간부의 성범죄 의혹은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차관 체포 영장을 반려했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송치되자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확신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여성이 2014년 직접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 역시 이듬해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법원에 기소 여부를 다시 따져달라며 낸 재정 신청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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