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 반지하로 이사했는데"…침수 피해에 이재민들 '막막'

입력 2022-08-11 14:31   수정 2022-08-11 15:11


지난 8일 기록적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이 피해 복구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비용 부담과 수해 걱정에 반지하를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호우로 침수된 주택·상가는 3755채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3453채는 서울에 위치했고, 특히 관악구와 동작구에서는 사망자도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 일대 곳곳에는 침수된 가재도구가 쌓였다. 이 지역에서는 불어난 물에 반지하 주택들이 침수되며 40대 자매와 딸 등 세 가족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지역 거주자 박모 씨는 "밤에 급격히 물이 불어나면서 일대 반지하는 죄다 침수됐다"며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찼던 탓에 가구나 전자제품은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는 침수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집중호우로 입은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기 위해 자치구에 30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다만 박씨는 "피해 신고는 했지만, 가재도구를 새로 마련할 만큼의 비용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돈 아끼려 반지하에 들어갔다가 피해가 막심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폭우 피해로 훼손된 주택도 갈등 요인이다. 관악구 신림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폭우 직후 방을 빼겠다는 이들이 늘었다"며 "집수리 비용을 두고 집주인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다수 집주인이 한 달 월세 면제와 위로금 지급 등으로 반지하 세입자들과 고통 분담에 나섰다. 다만 일부 집주인들은 침수 피해를 외면하고 있고, 지상층의 폭우 피해는 외면받는 부분도 있어 세입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오래된 주택들은 벽에 금이 가거나 해서 물이 새는 경우가 있다"며 "아예 물이 차서 침수된 반지하와 달리 이런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것 아니냐고 힐난하거나 사정을 설명해도 도배 정도만 해주겠다고 선을 긋기도 한다"며 "가뜩이나 폭우로 놀란 세입자들이 일부 집주인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주 중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건축 허가하지 않는 내용의 '건축허가 원칙'을 각 자치구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할 수 있도록 정부와도 협의할 방침이다. 더불어 건축법에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 지역에서 반지하주택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의무 규정을 넣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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