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를 펼치자 미국 행정부가 중국 관세 철폐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여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보복 차원으로 관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대변인은 “대만 문제로 미·중 간 갈등이 고조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모든 선택지는 아직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몇 달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한 관세 인하 방안을 검토해 왔다.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씩 부과되고 있는 관세를 인하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려는 취지였다.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의 부담도 덜어내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중국과 무역전쟁을 펼치며 2200여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총 3700억달러 규모였다. 2019년 말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을 맺자 이듬해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549개로 축소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제품 549개 품목 가운데 352개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억제하려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완화하려 했다. 동시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관한 조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으로 중국에 양보한다는 지적이 일어서였다.
최종 결정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장고(長考)에 빠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관세를 철폐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력 시위를 펼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제품 관세 문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각 관료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축한 관세가 전략적이지 못했고, 물가 상승을 초래해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 인하가 미·중 무역 관계에서 협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며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인 미국 철강노동자조합은 관세 철폐를 반대하러 나섰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늘리기 위해서다.
중국이 1단계 무역협정을 이행하지 않은 점도 관세 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20~2021년 미국의 농산물, 에너지, 공산품 등에 관한 수입을 2017년보다 2000억달러(약 260조원) 늘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증가액은 777억(101조원)에 그쳤다.
로이터는 “중국이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관세 철폐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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