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폭우에도 안양천의 방수문이 다음날 오전까지 개방돼 인근 아파트와 상가 침수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시가 제때 방수문을 닫았다면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양시청은 "뒤늦게 닫은 사실이 맞다"며 방수문 개방 사실을 시인했다.
11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8일 저녁 폭우가 쏟아지던 당시 안양 비산동, 안양동, 호계동 부근 안양천 방수문이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급격히 불어난 안양천 유량이 양옆으로 열려 있던 방수문을 통과해 비산동, 안양동, 호계동으로 쏟아졌다. 도로는 물론 인근 오피스텔, 아파트 등의 침수로 이어졌다.
호계동의 한 아파트 동대표 조모씨는 “밤까지 방수문이 열린 상태로 있어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방수문은 다음날까지 그대로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방수문은 9일 오전에서야 안양시청 공무원들에 의해 닫혔다.
경기 안양천에는 총 18개 방수문이 있다. 방수문 관리는 구청에서 총괄하며 집중 호우와 같은 상황 시 방수문 개폐 작업은 동사무소 직원이 직접 하도록 돼 있다. 이날 안양시청 관계자는 “방수문 개폐 여부를 시에서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폭우 당시 방수문을 늦게 닫은 것은 맞다”며 “뒤늦게 시에서 닫은 곳도 있고, 오후 10시에 주민들이 직접 닫았다는 민원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안양천 인근의 한 오피스텔은 침수로 인터넷과 TV가 끊기고 엘리베이터가 정지된 상태다. 해당 주민은 “몸이 불편한 노약자들까지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지난 9일 폭우가 시작되자 해당 오피스텔 1층엔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랐다. 비산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안양천 바로 앞에 있어 방수문 개방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다. 해당 아파트는 차량 100대 이상이 침수되고 변압기가 고장 나면서 아파트 전체가 정전되기도 했다.
시의 부주의로 침수가 악화됐지만 지자체는 따로 보상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지하 주차장 침수는 보상에서 제외되고 규정상 해당 아파트 침수는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동사무소로부터 들었다. 그는 “공무원들이 방수문만 제대로 닫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전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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