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 제발 청약 넣지 말라"…공고에 '빨간 글씨' 붙은 까닭 [돈앤톡]

입력 2022-08-12 07:31   수정 2022-08-12 09:32


부동산 시장이 침체 분위기에 들어서면서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무순위 청약 진행 단지들이 입주자모집공고에 '묻지마 청약'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을 걸고 있습니다.

청약자가 적더라도 계속 유입이 되면 상품이 모두 팔릴 때까지 무순위 청약을 반복해야 해서입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넣은 예비 청약자는 페널티를, 건설사는 청약 절차 진행에 따른 수고를 계속 감수해야 한단 얘기입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4번째 무순위 청약 일정을 게시한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입주자모집공고문 제일 첫 장에 “최근 ‘묻지마 청약’으로 당첨 후 계약을 하지 않아 정작 실수요자 당첨 기회가 상실돼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자금 사정 등으로 계약하기 어려운 경우 청약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안내문은 지난 7월 진행한 세 번째 무순위 청약부터 게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안내문엔 △분양가 10억원 초과(계약금 최소 1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불가 가능성 있음 △10년 재당첨 제한 △서울시 거주자만 가능 △무주택자만 가능(가족 구성원 모두 무주택자) 등의 주의사항이 담겼습니다.


이런 안내 문구를 담은 입주자모집공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6번째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낸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럭스 오션 SK뷰'도 '청약 접수 전 반드시 대표전화로 문의 바람'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격요건 확인', '재당첨 제한 10년' 등의 청약 요건 등,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들어서는 '의정부역 월드메르디앙 스마트시티' 모집공고문에도 관련 안내 사항이 표기돼 있습니다.

무순위 청약은 부정 청약 등으로 계약이 해지됐거나 본 청약에서 모집 가구 수 대비 청약자 수가 미달해 남은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절차입니다. 청약 통장을 쓰지 않는 데다 거주지와 무주택자라는 요건만 맞으면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청약 문턱이 낮다 보니 ‘일단 넣고 보자’는 청약자들이 몰렸습니다. 문제는 계약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묻지마 청약'으로 당첨된 청약자들은 계약 의사가 없는데도 향후 당첨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도 이런 청약 수요로 경쟁률이 올라가면 당첨 기회가 적어져 서로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업주체 측에서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면 정성·정량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넘어가면 무순위 청약을 필수로 진행해야 하고, 한번 진행할 때마다 한국부동산원에 수수료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소모적인 게 사실"이라며 "무순위 청약의 늪에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올라온 무순위 청약 건수는 모두 250건(사후 기준, 중복 포함)입니다. 청약홈에서 자료가 집계되는 2020년 8월 이후 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75건)보다는 175건 폭증했고, 아직 올해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작년 전체 건수(180건)보다도 70건이나 더 많았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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