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빠진 프랑스가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대형 산불에 휩싸였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사흘째 불길이 걷히지 않고 있다. 영국도 1935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화재 대응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11일(현지시간) BBC,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 지난 9일 시작된 산불이 11일까지 사흘간 계속됐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토지 면적은 약 74㎢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면적을 합친 수준이다. 이재민도 1만여명 발생했다. 프랑스 소방당국은 소방관 1100명을 동원했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레고리 알리온 프랑스소방관연맹 회장은 프랑스 매체인 RTL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이번 산불은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에도 프랑스는 남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면적 150㎢ 규모 산림에 피해를 입었다.
산불 진압이 어려운 까닭은 가뭄과 폭염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1959년 기록 집계 이후 가장 건조한 7월을 보냈다. 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량이 9.7㎜에 불과했다. 이에 프랑스는 본토 내 행정구역 96곳 중 93곳에 농지 관개 금지 등 급수 제한 조치까지 단행했다. 11일 프랑스 남부지역 온도는 섭씨 40도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환경당국은 고온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가뭄이 앞으로 2주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화를 돕기 위해 유럽 각국의 소방인력도 프랑스로 몰려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 “독일,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 오스트리아가 지원을 결정했다”며 “폴란드에서만 소방차 49대와 소방관 146명이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과 이탈리아도 소방용 항공기를 급파했다. 이날 프랑스에서 산불이 난 지역은 지롱드를 포함해 드롬, 쥐라, 아르데슈 등 8개주에 달한다. 스페인 북부의 프랑스 접경지역과 포르투갈 중부 코빌량 인근에서도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서유럽 각지에 산불이 번지자 영국 기상청은 남부와 웨일스 일부 지역에 오는 13·14일 화재 심각성 지수를 최고 단계인 5단계로 이날 격상했다. 폭염 수준은 최고 직전 단계인 ‘황색’ 경보를 11~14일 나흘간 내렸다. 13일 남부 지역 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해서다. 영국은 지난달 1935년 이후 가장 건조한 7월을 겪었다. 영국 남동부 지역의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 대비 10% 수준에 그쳤다. 영국언론 가디언은 “오는 10월까지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