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그린에서 동반자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은 것은 골프의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워낙 민감한 곳이기에 작은 자극에도 공의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골프룰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본중의 기본으로 꼽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상대방의 퍼팅 라인을 바로 앞에서 밟고 지나는 장면이 나왔다. 그것도 세계랭킹 1·2위가 경기한 조에서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근교 사우스윈드TPC(파70·7243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챔피언십(총상금 1500만달러) 1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는 2위 캐머런 스미스(29·호주)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각각 마스터스 대회와 디오픈에서 우승한 이들은 올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 꼽힌다.
문제의 장면은 12번홀(파4)에서 나왔다. 스미스가 그린에 쪼그리고 앉아 퍼팅 라인을 고심하고 있는 사이 그 앞을 셰플러가 천연덕스럽게 밟고 지나간 것. 스미스는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셰플러를 올려다봤으나 셰플러는 이후에도 그 장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LIV 골프 합류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스미스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스미스는 사우디 아라비아 자본으로 운영되는 LIV골프와 1억 달러에 계약했다는 보도에 대해 진위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스미스는 LIV 골프 출범 직후부터 공공연하게 합류설이 제기되어온 선수다. 디오픈 우승 직후 1억달러 계약설이 제기됐지만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셰플러는 대표적인 PGA투어 잔류파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뛰는 PGA투어는 내가 어려서부터 꿈꿨던 무대"라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겠다는 목표는 세워본 적 없다"며 LIV 골프 합류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는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LIV골프 합류 선수들을 비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그린에서 보인 행동을 통해 스미스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골프위크는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겠지만 어느쪽이든 이상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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