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골자로 하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은 원전 활용도 제고와 관련 생태계 복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탄소 배출 증가와 에너지 가격 인상을 초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의 중심으로 복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국내 여건에서 안정적·친환경적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전 활용 확대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원전 사고와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과학적 합리성과 기술적 타당성에 기초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유럽연합이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했는데 그 과학적 근거가 되는 유럽연합 공동연구소 보고서의 결론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에 처분하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 장기적인 솔루션이다.
그런 만큼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연구개발(R&D) 로드맵’은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고준위 방폐물 R&D 로드맵은 1조40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운반, 저장, 부지, 처분을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의 모든 과정에 포함되는 주요 기술을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용기, 저장 기술, 건설·운영 기술과 같은 필수 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면 고준위 방폐물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일자리 창출 등 유의미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R&D 로드맵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련 분야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축적하기 위한 기술적 시작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핀란드, 스웨덴 등 선도 국가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고준위 방폐물과 관련된 기술을 축적하고 정책을 이행해 간다면 우리나라도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건설해 운영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안전한 고준위 처분장을 확보하고, 처분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를 돌파하는 데 있어 원자력 에너지의 기여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