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제학자의 중소기업 돌보기

입력 2022-08-12 17:15   수정 2022-08-13 00:03

경영학과 경제학을 흔히 상경계열이라고 한다. 요즘 대학의 입학 성적을 보면 경영학과가 경제학과를 앞선다. 두 학문이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두 학과를 동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다 경영학과에 떨어진 학생들이 경제학과에 입학하고는 한다. 이런 학생들은 학기를 시작하자마자 매우 당혹스러워진다. 경제학이 상당히 수학에 기초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다.

경제학과 경영학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경제학은 경제주체(가계, 기업, 정부)의 활동, 생산, 소비, 분배를 다룬다. 반면 경영학은 기업에 초점을 두고, 기업의 경영활동(재무회계, 마케팅, 인사조직, 생산관리 등)을 다룬다. 그리고 경제학은 경제주체의 효용 극대화를, 경영학은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 이렇다 보니 경제학자와 경영학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을 찾기 어렵다.

근데 경제학과 경영학이 한곳에서 만나는 분야가 있다. 그게 바로 중소기업 연구다. 그동안 중소기업 연구는 경영학 중심이었다. 경영학은 재무, 마케팅, 인사, 생산의 영역에서 중소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지원)을 덧붙이면 훌륭한 정책연구가 된다. 이런 연구에 일부 경제학자가 참여했지만 어디까지나 주류는 아니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경제학자의 중소기업 연구가 늘어났다. 특히 중소기업 관련 통계가 구축되면서부터 경제학자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경제학자는 통계를 통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는 너무 날카롭다. 경영학은 중소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을 쏟아낸다. 반면 경제학은 정책의 성과를 효용의 잣대로 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인색한 편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자꾸 경쟁력도 없는 중소기업은 지원하지 말고 차라리 문을 닫게 한 후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게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식이다.

요즘 납품단가연동제,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 등 중소기업과 관련해 꽤나 뜨거운 이슈들이 있다. 답을 내기 참 어려운 주제들이다. 고백하건대 나 자신도 마트가 쉰다고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왜 대형마트 의무휴무제가 필요한지를 설명하려면 무덤에 있는 애덤 스미스를 깨울 정도의 이론을 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 연구는 ‘시장 너머의 그것(something beyond the market)’까지 탐구해야 한다. 이윤 너머에 그들의 삶이 있다. 효용 너머에 그들의 피와 땀이 있다. 시장 모퉁이 좌판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경영전략보다 그늘이 더 필요하고, 효용의 무게보다 삶의 고단함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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