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은 철저하게 ‘경제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복권도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에서 벗어나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해 달라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단에 들지 못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면서 정치인 사면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도 여론을 중시하는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대기업 총수는 네 명뿐이다. 이 부회장 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만 포함됐다. 복권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면 대상에서 빠진 이유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사면 대상자를 최소화한 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했다.
정치인 사면이 일괄 배제된 것도 여론을 의식한 영향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장기 수감은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런 생각은 이달 초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너무 높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실제 정치인 사면은 여야 정치권에서 논쟁적인 이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야권 인사들의 사면 여부에 대해선 여권 핵심층의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형집행 정지로 풀려난 상태라는 점도 고려됐다.
경제인을 엄선하고 정치인을 배제하는 이번 사면 기조의 골격을 한 장관이 짰다는 의미다. 검찰 재직 시절부터 이어져온 한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올라온 사면 대상자 명단을 거의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여론을 중시하는 국정운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 5세 취학연령 학제 개편과 관련한 논란을 겪은 윤 대통령이 지지율도 중시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좌동욱/설지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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