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왜 20년 전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삼성전자는 1975년 상장한 뒤 3000배 넘게 올랐습니다. 그때 삼성전자를 사뒀다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라 생각하니, 우량주에 장기투자를 하는 게 투자의 핵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20년 전, 우리는 어떤 주식을 골랐을까
과거로 돌아가봅시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건 1989년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1위 종목은 현재 포스코로 이름을 바꾼 포항종합제철이었습니다. 이어 한일은행 제일은행 서울신탁은행 한국상업은행 조흥은행이 시가총액 2~6위를 차지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은행이 절반이나 됐던 겁니다.시가총액 상위 ‘우량주’였던 은행주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에는 포스코가 삼성전자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줍니다. 그 뒤로 한국전력 국민은행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이 자리를 잡습니다. 제조업과 금융업종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한 겁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월을 보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확 달라집니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비슷하지만, 과거 상위에 이름을 올렸던 은행주는 10위 안에서 한 종목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네이버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도 돋보였습니다. 결국 1989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면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드는 우량 대형주를 골랐다고 해도 투자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수많은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를 고른 혜안이 있는 투자자를 뺀다면 아무리 장기로 투자해도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우량주 장기투자의 함정
시대 변화에 따라 업종을 골라내는 것도 어렵지만, 같은 업종 안에서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1989년 시가총액 순위가 7위와 8위로 나란했던 삼성전자와 금성사(LG전자)는 같은 전자업종으로 묶였지만 30년 뒤 두 종목의 수익률 차이는 크게 벌어졌습니다.이렇게 개별 종목을 투자할 때 따라오는 손실 위험을 개별 종목 리스크라고 합니다. 개별 종목 리스크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전망, 기술의 발전, 경영진의 능력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지금은 회사가 잘나가더라도 시대 변화에 따라 산업 전체가 쪼그라들 수 있겠죠. 아니면 같은 업종에서 다른 경쟁 기업들은 다 잘나가는데 내가 고른 기업이 갑자기 이상한 신사업에 뛰어들어서 돈을 까먹고 있을 수도 있어요. 모회사는 생각한 대로 돈을 잘 버는데 자회사가 속을 썩일 수도 있고요. 한 기업에 투자하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당연히 우량주를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좋은 종목을 골라냈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이 10년, 20년 뒤에까지 좋은 종목일지 확신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예로 드는 삼성전자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남다른 판단력과 예측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량주를 한 번 사서 장기투자하는 건 성공하기 쉽지 않은 전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땐 우량주를 걸러내는 관점과 산업 변화에 따라 투자 대상을 바꾸는 유연함을 함께 지녀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주식시장 전체에 투자해 내 포트폴리오에 우량주가 계속 포함되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장기투자의 함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2. 1980년대 이후 시가총액 10위 기업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3. 안전한 투자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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