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일본군 파죽지세에 한양서 임금 탈출하며 '아비규환'…핍박받던 농민·노비 등 의병으로 궐기 전국서 유격전

입력 2022-08-15 10:00   수정 2022-08-16 15:02


의병(義兵) 의승(義僧) 의기(義妓) 의곡(義穀). 이런 선조들을 생각하면 희망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생기가 돈다. 우리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지고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은 비상시국이었고, 정부와 군대의 무능과 부재 현상을 알리는 안타까운 증거들이기도 하다.
의병들의 활동과 전적
1592년 4월 13일 17시경 ‘임진왜란’ 또는 ‘임진조국전쟁’이 발발했다. 일본군은 상륙 후 두 번의 전투를 마치고 북상했다. 충주 탄금대에서 신립 장군의 배수진을 격파한 뒤에는 파죽지세로 한양으로 진군했다. 조선의 군대는 제 역할을 못했고, 임금이 황급히 탈출한 서울은 아비규환이 됐다. 동요한 백성들은 공포에 떠는 존망의 기로에서 이순신의 옥포해전 승리 소식을 접했다. 이와 함께 곽재우가 경남 의령에서 재산을 털고 노비들을 포함해 의병을 일으킨 소식을 들었다. 역사에서 의병의 존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는 ‘홍의장군’을 칭하면서 1000여 명의 군사로 낙동강 전투 등 숱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어 고경명은 전라도에서 6000여 명의 의병을 동원했으며, 남원 지역의 안영(安瑛), 나주의 김천일(金天鎰) 등의 의병과 합심해 호남을 방어했다.

조헌은 충북 옥천에서 일어나 승군 500명과 합동 작전으로 청주성을 수복했으나, 금산에서 관군의 불참으로 불리한 전투를 벌이다가 700명 전원이 전사했다. 함경도 북쪽에서는 정문부가 적군에 투항한 반란 세력을 진압하고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소위 북관대첩을 이뤘다. 이 밖에 젊은 김덕룡 형제를 비롯해 합천에서 정인홍, 고령에서 김면, 손인갑, 권응수 등이 있었다. 1차 진주성 대첩에 참여한 최경회, 심대승, 임계성 등과 황해도의 장응기 등도 활동했다. 의승은 묘향산의 서산대사 휴정이 이끈 1000여 명을 비롯해 강원도에서 유정(사명당), 호남에서 처영, 충청도에서 영규 등이 일어났다.


1593년 정월에는 의병이 무려 2만2600여 명으로 늘어 관군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였다. 해체되기 전인 임진년에는 더 많았다. 이밖에 논개, 계월향 같은 의기도 있었고 많은 백성이 비전투원으로 참여하면서 의곡 등을 제공했다.
생명과 재산을 버리며 궐기
이들은 왜 생명과 재산을 포기하면서 의병으로 궐기했을까? ‘충(忠)’ 때문이었을까? ‘의(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족의 안전 때문이었을까?

의병장들은 양반 신분이고, 퇴직 관료이며, 재야의 성리학자들이었다. 그래서 근왕 정신, 즉 ‘충’과 성리학의 명분인 ‘의’와 ‘신(信)’을 지켜야 했고,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생명과 생활, 가족의 안위까지 걸며 거병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실제 아들 둘과 함께 죽은 고경명처럼 의병으로 죽은 이가 많았다.

훗날 조선이 진짜로 망할 때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나선 이들처럼 의병의 주력은 핍박받고 착취당하는 농민과 노비 등 불만 많은 백성이었다. 하지만 의병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었고, 가족을 지키려는 생물학적 본능으로 의병에 참여했다. 승려들은 종교인으로서의 심성과 책무감으로 참여했지만, 성리학의 나라에서 천대받았던 불교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의주까지 몽천한 선조는 다급해지자 73세의 서산대사 휴정을 불러들여 협조를 구했다. 이후 의승들은 전투는 물론, 식량 조달 등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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