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열심히 뛰겠다"…위기의 반도체 '구원투수 역할' 기대 [종합]

입력 2022-08-12 11:46   수정 2022-08-12 14:44


국정농단 사건 유죄 판결로 취업이 제한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사법 족쇄를 모두 벗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 복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칩4' 참여 여부 등으로 글로벌 패권경쟁의 핵심고리가 되면서 중대기로에 선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12일 '특별복권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법 족쇄 모두 벗었다
정부는 광복절을 맞아 서민생계형 형사범·주요 경제인·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이달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조치한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각 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사면 대상자를 추린 뒤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해 대상자를 선정했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최종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렸다.

이번 사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건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였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같은해 8월 형기의 60% 이상을 채우고 가석방 요건을 갖춰 풀려났다.

가석방은 석방 후에도 형기가 유지되는 것이 특징으로, 해당 기간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함은 물론 주거지를 바꾸거나 해외로 출국할 경우 미리 신고해야 한다. 가석방 대상자의 형기가 만료되면 보호관찰도 종료된다. 국정농단 수사 초기인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2월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기간을 포함하면 이 부회장의 형기는 지난달 29일 이미 만료됐다.

그럼에도 경제계 등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던 것은 형기 만료 후에도 유지되는 취업 제한 규정 때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 해당 사안과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사면을 받지 못했다면 2027년 7월29일까지 이 부회장은 삼성에 취업이 불가능했다.


반면 사면의 경우 형 선고 효력을 없앨 수 있다. 통상 복권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취업 제한이 풀리게 돼 이 부회장의 공식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이번 사면으로 이 부회장이 법적인 족쇄를 풀고 '자유의 몸'이 된 만큼 경제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경제 위기 극복와 반도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삼성 사업 현안 두루 살피며 보폭 넓힐 듯
재계는 이 부회장이 당장 광폭 행보를 보이기보다 경영 보폭을 차츰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우선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등 삼성전자 전문경영인들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사업장 방문 등을 통해 사업 현안과 투자계획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직원들과 스킨십 행보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해외 출장 등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장 시급한 출장 지역으로는 미국이 거론된다. 미국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22조원을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설립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 현장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또 최근 한국과 미국 사이의 핵심 이슈인 반도체 공급망, 파운드리 공장 건설 지원책 등과 관련해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는 칩4와 관련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최근 아베 총리 사망을 기점으로 관계 회복에 나선 일본에 방문해 기업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협력을 논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회장직' 오를 가능성
대형 인수·합병(M&A)을 위한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선 2020년 7월 삼성전자는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한종희 부회장 등이 M&A 가능성을 언급해 왔고,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고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가전·모바일 관련 기업, 인공지능(AI)·로봇·5G 관련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M&A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검토 후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구체적 준비에 착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으로부터 지배구조 개편 컨설팅을 받은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지배구조 전문 컨설팅업체인 머로우소달리(Morrow Sodali) 출신의 지배구조 전문가 오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부회장 꼬리표를 떼고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대표로 올라선 지 10년이 됐고 더 이상 회장직을 비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그룹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같은 3세대 총수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은 진작에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사면 목적이 민생과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점을 이 부회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과 경제계가 힙을 합치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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