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의 기초가 되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착수한 가운데 코로나19가 국민연금 재정에 끼친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이슈&동향분석에 따르면, 신승희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인구·경제 여건의 변화와 국민연금 장기재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여건 변화를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혼인·출생 감소와 사망 증가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자 규모가 줄었고 투자수익도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혼인 건수는 2020년 21만4000건으로 2019년 대비 10.7% 감소했고, 2021년에는 19만3000건(잠정치)으로 2020년보다 9.8% 줄었다.
출생아 수도 줄었다. 2020년 출생아는 27만2000명으로 2019년(30만3000명) 대비 10.0% 줄었고, 2021년은 26만1000명(잠정치)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사망은 2019년 29만5000명, 2020년 30만5000명, 2021년 31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경제 상황도 악화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1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6%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2.2%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원유·곡물 등 원자재가 상승에 2020∼2021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를 기록, 2019년 0.4%보다 높았다.
임금상승률은 2020년 0.5%에서 2021년 2.0%로 개선됐고, 고용률도 같은 기간 60.1%에서 60.5%로 좋아졌지만, 보고서는 국내외 감염병 확산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재정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는 가입자 규모가 2019년 2222만명에서 2020년 2211만명으로 줄었다. 특히 지역가입자 규모가 2019년 723만명에서 2020년 690만명, 2021년에는 683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속 감소하던 납부예외자(연금보험료 납부 의무자 중 사업중단·실직·휴직 등으로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자) 비율도 2019년 45.3%에서 2020년 44.9%, 2021년 49.2%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민연금 투자수익 변동성도 커졌다. 기금운용수익률은 2020년 9.7%에서 2021년 10.8%로 회복됐지만, 2022년 초반에는 -2.7%로 악화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사망률, 장애, 은퇴 시점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단기적 변화는 물론 잠재적인 영향까지 제5차 재정계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장기적인 연금 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 등을 조정하는 등 연금제도개선 방안 수립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5년마다 이뤄진다. 정부는 2003년 제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 2018년 4차에 이어 최근 2023년 재정계산에 본격 착수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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