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제투성이 '의무고발요청' 제도

입력 2022-08-14 17:11   수정 2022-08-15 01:04

네이버가 지난 12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즉 갑질 혐의를 받고 있다. 2015~2017년 네이버가 부동산정보업체에 “매물 정보를 경쟁사에 넘기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2년 전 같은 혐의로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번엔 진짜 검찰이 나섰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수난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진 ‘의무고발요청권’에서 시작됐다. 의무고발요청은 중기부가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을 ‘고발하라’고 요구하면 공정위가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2020년 9월 네이버의 혐의에 대해 고발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해 과징금만 부과했다. 생각이 달랐던 중기부는 지난해 11월 공정위에 검찰 고발을 요청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나 검찰이 움직인 것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의무고발요청제에 대해 “기업이 겪는 대표적인 이중 규제”란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5년 넘는 기간 동안 공정위 조사, 중기부 심의, 검찰 수사를 연이어 받고 있다. 2020년 이후 네이버처럼 의무고발요청제 대상이 된 기업은 딜리버리히어로, 미래에셋, 현대중공업 등 21곳에 달한다.

의무고발요청 권한을 가진 중기부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중기부는 내부 직원과 외부 인사로 구성한 심의위원회를 거쳐 고발 요청을 한다. 중소기업 정책만 맡아온 공무원들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다루는 것이다. 심의위 외부 인사가 공정거래법 전문가인지 검증할 방법도 없다. 중기부는 심의위 구성과 회의록, 의결서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

중기부가 ‘여론’이나 ‘정치권’ 눈치를 보며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제도 도입(2014년) 이후 2018년까지 매년 5건에 못 미쳤던 의무고발요청 건수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실세가 장관을 맡은 2019년 8건, 2020년 13건으로 급증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을 고발하는 판단 근거가 경쟁 제한성이 아니라 중소기업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됐다”며 “의무고발요청제가 대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의무고발요청제는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공정위도 중기부에 ‘협의’를 요청할 정도로 문제 있는 규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 3월 이후론 의무고발요청이 한 건도 없다. 존재 가치를 잃은 제도는 하루빨리 없애는 게 이번 정부가 내세운 ‘시장 중심 경제’에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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