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의 K대표는 기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투자가 급증했다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보도 내용이 화제로 올랐을 때였다.
개인들은 올해 1~5월에만 해외파생상품 3조8561억달러(약 5009조원)어치를 거래했다. 미국 나스닥100 선물, 크루드오일WTI 선물, 금 선물 등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2020년 같은 기간보다는 62% 급증한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은 수천억원을 손해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작년에도 4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는 주식 원자재 등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더 커 손실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국내 파생엔 강한 규제가 가해지고 해외 파생엔 사실상 규제가 없다 보니, 투기 성향이 강한 개인들이 해외 파생으로 몰려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해외파생상품 거래액은 2018년 처음 국내 파생을 따돌린 이후 매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K대표가 ‘(국내 파생) 규제로 얻은 게 뭐냐’고 지적한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런 문제는 이제 일반 금융상품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서학개미가 몰려들어 큰 손실을 본 미국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좋은 예다. 3배 레버리지 ETF는 주가 변동 폭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등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4종목의 3배 레버리지 ETF에만 올 상반기 총 38억3110만달러가 투자됐다.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서학개미는 최대 70~80%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미국 영국 등 해외 증시엔 한국 주가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도 상장돼 있다. 한국 증시에 없어도 개인들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이런 ETF도 자유롭게 매매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클릭 한 번으로 해외 주식·금융상품을 자유자재로 사고파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회사와 상품에만 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더 이상 실익도, 명분도 없다. 국내와 해외 상품에 동일 잣대를 만들어 규제 실효성을 높이든지, 그게 불가능하다면 아예 해외 수준으로 국내 규제를 풀어야 비효율과 역차별을 막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의 해외 투자는 이제 일상이 됐다. 이에 발맞춰 금융당국의 규제 틀도 전반적으로 다시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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