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악재로 지지율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62분이었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36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서사와 철학이 빠진 영혼 없는 당정’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다. 당정 주요 인사는 최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파장을 살피고 있다. 갖가지 논란 끝에 9일 주호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며 시동을 건 국민의힘 체제 전환 작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김정재·박수영 의원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 승리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격하면서도 윤리위 징계의 원인이 된 성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본인의 성비위 사건에 최측근이 7억원 투자각서를 썼다면 진실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이라며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이고 염치”라고 비판했다.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의심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과 나 사이에 오간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6월 초 우크라이나 방문은 대통령실과 박성민 비서실장만 알고 있었는데 출국 며칠 전에 한 유튜브 채널(가로세로연구소)에서 나를 출국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후 돌아오는 윤 대통령을 환영하러 나갈 때도 일부러 수행비서에게까지 숨기며 공항에 가는데 택시 안에서 언론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노경목/맹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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