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납 의혹엔 일언반구 없이…이준석, 대통령·윤핵관 '난타'

입력 2022-08-14 17:38   수정 2022-08-22 15:31


거듭된 악재로 지지율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62분이었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36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서사와 철학이 빠진 영혼 없는 당정’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다. 당정 주요 인사는 최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파장을 살피고 있다. 갖가지 논란 끝에 9일 주호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며 시동을 건 국민의힘 체제 전환 작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핵관, 열세지역 출마하라”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며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씹어돌림의 대상이 된 저에게 어떤 사람도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인간적 비극”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 등을 통해 자신의 대표 복귀가 막힌 상황과 관련해선 “한 사람을 몰아내려고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고,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김정재·박수영 의원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 승리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격하면서도 윤리위 징계의 원인이 된 성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본인의 성비위 사건에 최측근이 7억원 투자각서를 썼다면 진실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이라며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이고 염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독대 사실 공개
이 대표는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도 공개했다. 두 사람의 독대를 부인한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독대 자리에서 △북한 방송 개방 △국민의 인터넷 사이트 접속 통제하는 HTTP 차단 해제 △카카오톡 메신저 검열 중단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내용은 다 어디로 가고 두서없이 북한 방송 개방 관련 내용만 단편적으로 통일부 업무보고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의심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과 나 사이에 오간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6월 초 우크라이나 방문은 대통령실과 박성민 비서실장만 알고 있었는데 출국 며칠 전에 한 유튜브 채널(가로세로연구소)에서 나를 출국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후 돌아오는 윤 대통령을 환영하러 나갈 때도 일부러 수행비서에게까지 숨기며 공항에 가는데 택시 안에서 언론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안착에도 악재
이 대표 기자회견으로 더 악화된 당 내홍은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법원 심리가 열리는 17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최근까지 이 대표와 접촉을 시도하며 타협을 모색했지만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비대위 구성 자체가 무효화돼 당은 대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가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우겠다.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다음주에 공개하겠다”며 전면전에 나선 만큼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여론전을 통해 비대위와 차기 지도부에 계속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경목/맹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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