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내년 연봉 10%를 반납받기로 했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내년도 정부 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고위 공무원이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다.
▶본지 8월 9일자 A1, 3면 참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강원 강릉의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의 임금을 10% 반납받는 방향으로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내년 지출 예산을 올해(추가경정예산 기준 679조5000억원)보다 30조원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추 부총리는 “2010년 이후 최초로 본예산이 전년도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감소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내년도 국고채 발행 규모도 올해보다 줄여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겠다”고 했다.
"文정부 때처럼 많은 빚 못내"…2010년 이후 총지출 첫 감축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강원 강릉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지출 규모가 크게 증가한 상태에서 다음해 예산이 추경(기준의 그해 예산)보다도 큰 수준으로 편성돼왔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엔 (예산 규모가) 폭증하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한 해 100조원 이상의 빚을 내가며 예산을 편성했다”며 “한 번에 모두 줄이기는 어렵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처럼 그렇게 많은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지출 소요는 (내년도 예산안에) 담아야 하는데,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은 총 136명으로, 직급에 따라 1억3323만~1억8656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합한 137명 연봉의 10%는 21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물가 상승세가 조만간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물가는 이제 (높고 넓은) 고원(高原)에 거의 다가오는 것 같다”며 “아마 넓지 않은 고원일 텐데, (물가 상승률이) 횡보하다 서서히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올라 1998년 11월(6.8%) 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추 부총리는 “일각에선 중부지방 폭우로 인해 7%대 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데, 천지개벽하는 수준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7%를 기록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가는 6% 초반 수준에 조금 머물다 내려갈 것”이라며 “5%대로 내려갈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추 부총리는 “배추는 최근 집중 호우에 따른 침수나 유실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호우가 발생한 중부권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성수기 수급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특별관리하는 등 가격 불안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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