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년차인 윌 잴러토리스(26·미국)는 강력한 엔진을 얹은 ‘슈퍼카’에 종종 비유되곤 한다. 드라이버로 360야드를 거뜬히 날리는 ‘화끈한 장타’ 덕분이다. 올 들어 톱10에 여덟 차례 이름을 올리고, 세 번이나 준우승한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우승컵을 들기엔 항상 ‘2%’ 부족했다. 퍼팅 때문이었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란 골프격언은 장타로 따낸 점수를 퍼팅으로 까먹는 잴러토리스 같은 선수를 두고 하는 말”이란 얘기가 골퍼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였다.
이랬던 잴러토리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중요한 퍼트를 성공시키며 ‘쩐(錢)의 전쟁’으로 불리는 페덱스컵 1차전 우승컵을 품었다.
일등공신은 퍼팅이었다. 잴러토리스는 ‘똑바로 멀리’ 날리는 드라이브 샷(올해 평균 비거리 314.3 야드·13위)을 앞세워 올해 티잉 에어리어에서 그린까지 가는 과정에서 얻은 타수(SG:tee to green) 부문에서 1.797타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PGA 선수 중 2위다.
잴러토리스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퍼팅 실력이 ‘젬병’이어서다.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 ‘OK 거리’로 통하는 1.5m 퍼팅 성공확률이 77.59%에 불과할 정도다. 전체 160위. 퍼팅 이득타수(-0.037타)도 120위에 그친다. 이러니 다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올 1월 열린 파머스인슈런스오픈에선 1m와 2m짜리 버디 퍼트를 놓친 탓에 연장전으로 끌려갔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를 두고 “짧은 퍼팅 거리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는 선수”(미국 골프다이제스트)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대회로 잴러토리스는 ‘짧은 퍼트 악몽’을 극복했다. 18번홀(파4)에서 그랬다. 내리막에 우측으로 휘는 3m짜리 파 퍼트를 남긴 상황. 마지막 홀, 마지막 퍼트가 주는 압박감. 이 퍼트를 놓치면 다잡은 첫 우승을 또다시 내줘야 한다는 절박감까지 모두 이겨내고 홀에 공을 밀어넣었다. 그렇게 들어간 연장에서도 안정적인 퍼팅은 이어졌다.
잴러토리스의 퍼팅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부터 잴러토리스가 캐디의 도움 없이 직접 퍼팅 라인을 본 걸 개선 비결 중 하나로 꼽는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그는 지난주 윈덤챔피언십 대회 기간 오랜 시간을 함께한 캐디 라이언 고블과 결별했다. 잴러토리스는 이번 대회부터 가방을 멘 새 캐디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홀로 퍼팅 라인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본대로 공이 홀로 빨려들어가자 퍼팅에 자신감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잴러토리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상금 270만달러(약 35억원)를 챙기면서 보너스 우승상금 1800만달러가 걸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중간 순위에서도 1위(3680점)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부터 PGA투어 정식 회원 자격을 얻은 김주형(20)은 9언더파 271타 공동 13위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25위로 상승해 투어 챔피언십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븐파 70타를 적어낸 이경훈(31)은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 공동 20위를 기록했다. 이경훈은 페덱스컵 랭킹 33위로 2차전에 진출한다. 김시우(27)는 5언더파 275타 공동 42위로 대회를 마쳤다. 페덱스컵 랭킹 53위로 2차전에 나간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J J 스펀(31·미국)은 무려 8타를 잃고 5언더파 275타 공동 42위로 경기를 마쳤다. 25위였던 페덱스컵 랭킹도 30위로 밀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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