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늘어난다면 군공항도 받겠다" [인구위기, 현장을 가다/경북 군위]

입력 2022-08-15 14:28   수정 2022-08-15 20:21


소멸위험 지수가 경북에서 가장 높은 군위 의성 등지의 마을에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줄면서 마을은 물론이고 경로당에서도 어른들의 모습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미 다 떠나고 30~50가구씩 남아있던 마을에도 마을을 지키던 어른들이 돌아가시면서 적막해지고 있다. 요즘 시골 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이 요양병원으로 실려가면 집은 폐가로 바뀌는 게 공식처럼 됐다. 어른들이 돌아가셔도 자식들이 집이나 땅을 금방 팔지않기 때문에 빈집과 폐가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경상북도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올 3월 현재 0.41(전국 0.71)이다.소멸 고위험 전국 45개 시군 가운데 경북이 9개 군을 차지하고 있다. 군위와 의성이 각각 소멸고위험지역(0.2미만)으로 각각 0.11이다. 봉화 청송 청도 영양 영덕 고령 성주 등 7개 시군은 소멸위험지역(0.5미만) 이다.
◆사라져가는 마을들
군위군 삼국유사면(옛 고로면)의 정곡리는 인구가 15명, 가구도 11개에 불과하다. 경북에서 인구와 세대가 가장 적은 마을 중의 하나다. 군위도 잘모르고 고로라고 하면 아무도 모르는 마을로 잊혀질까봐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의 인각사가 이곳에 있는 점을 부각시켜 이름을 바꾼 곳이다.

삼국유사면 정곡리는 과거 군위댐 건설 후 많은 주민들이 인근 효령과 군위로 이사가면서 작은 마을이 됐다. 고향이 군위인 공무원 A씨는 2019년부터 코로나가 엄습한 2020년까지 삼국유사면(옛 고로면)에서 일했고 효령면에서 일하다 올해초 다시 삼국유사면으로 왔다.

A씨는 “지난번 근무 기간이었던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근무하는 동안 한해 사망신고는 10여 건을 받았지만 출생신고는 단 1명뿐이었다”며 “그마저도 다문화가족의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시골 초등학교들은 다문화가족의 아이들로 맹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11가구만 남아있지만 이곳의 어른들도 돌아가시면 마을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군위군 효령면의 경우에도 혼자 사는 어른들이 돌아가시거나 몸이 아파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효령면의 인구는 10년 전(4249명)보다 457명이 줄어든 3792명이다.

성1리의 경우 현재 70여 세대가 있지만 빈집도 2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 A씨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이미 폐교가 돼 철공소가 임차해 들어와 있다. A씨가 다녔던 중학교는 1980년대 초 한 학년에만 60명씩 4개 반 240명이 다녔지만(전교생 720명) 지금은 전교생이 3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A씨는 “경로당에도 갈수록 어르신들이 줄어들면서 혼자 집에서 보내는 어른들이 많다”며 “자식들도 멀리 살아 찾아보기가 쉽지않은 경우 우울증에 시달리다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A씨는 “군위나 의성이 오죽하면 소음피해가 극심한 대구의 K2 군공항을 받으려고 나섰겠느냐”며 “그마나 삼국유사면은 영천이나 대구와 가까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도시서 먼 시골은 그야말로 무대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로 선정된 군위군은 대구시 편입을 추진 중이다.
◆경북도내 20년간 268개교 폐교
경북도내에서 2002년부터 올해까지 20년동안 폐교된 학교는 무려 268개나 된다. 초등학교가 94개로 가장 많고 중학교가 66개, 고등학교가 28개나 된다. 분교장으로 버티다 그마저도 사라지는 학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1982년 이후 40년동안은 초등학교 835개, 중학교 84개, 고교 34개 등 총 953개가 지난 3월까지 폐교됐다. 이 중 일부는 분교로 개편됐다. 의성군 구천면이 고향인 권모씨는 “다니던 학교들이 분교로 바뀌고 분교마저 없어져· 몇개 면을 합쳐 학교가 운영돼다 본교도 사라지고 있다”며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한데 유치원 초등학교 이상은 보낼만한 학교도 없어 대구까지 유학을 가야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군위=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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