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토부와 서울시, 반지하 주거 대책 머리 맞대야

입력 2022-08-15 16:31   수정 2022-08-16 00:06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대책을 실행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오세훈 서울시장)

부동산 정책의 두 축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대책’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이 숨진 참사가 알려지면서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 장관과 오 시장이 반지하 주거 문제에 대해 긴밀하기 공조하기보다는 정책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0일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서울에서 반지하 퇴출을 선언했다. 그러자 원 장관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가능한 수준에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16일 예정된 국토부의 ‘250만 가구+α 공급대책’에도 공공임대주택 이주 보증금 지원과 피해주택 개보수 비용 지원 등의 반지하 가구 해결책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15일 13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떻게 반지하를 단계적으로 없앨 수 있는지를 공개했다. 먼저 반지하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주하면 월세를 보조하는 바우처를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침수 이력이 있는 노후 주택은 우선적으로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각종 정비사업으로 서울 내 반지하 주택 20만여 가구를 순차적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며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긴 호흡의 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치 원 장관 발언을 반박한 듯한 느낌을 줬다.

서울시가 신속하게 정책 대응에 나섰지만 정작 실행에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바우처는 예산이 수반돼야 해 서울시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또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

반지하 주거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다뤘을 정도로 고질적인 빈부격차 문제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에 적극 협력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더 이상 후진국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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