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급 절벽’을 주거용 오피스텔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생활 인프라와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는 도심 지역엔 새로 아파트를 지을 만한 용지가 부족한 데다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더라도 소요 기간이 너무 길어 당장 주거 공간이 시급한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아서다.
금리 인상과 분양가 상승 이슈로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었지만 인기 지역의 아파트 청약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약 가점이 높지 않은 실수요자들이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단지가 많고 커뮤니티 시설 등이 부족해 생애 주기를 꼼꼼하게 따져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투 룸 이상의 평면에 수납공간 등이 넉넉해 아파트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라며 “강화된 아파트 대출 규제 탓에 가족 단위 실거주자들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은 하향 조정되는 추세를 띠고 있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한국부동산원 기준)은 이달 둘째 주에 전주 대비 0.08% 떨어졌다. 11주째 내림세다. 낙폭도 전주(-0.07%)보다 0.01%포인트 확대됐다. 2019년 4월 1일(-0.08%) 후 3년4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보합인 서초·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 중구에 있는 KCC파크타운 오피스텔(전용 면적 66㎡)의 올 7월 평균 매매 가격(KB부동산 기준)은 8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매매 가격(7억4000만원)에 비해 8.1%(6000만원) 올랐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청약 가점이 낮은 신혼부부나 20~30대 실수요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최근 분양되는 주거형 오피스텔은 중소형 아파트와 비슷하게 내부를 꾸린 데다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청약이나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늘어나는 실수요자를 감안해 공공택지에서도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도록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공공택지 내에선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제한해 왔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거용 오피스텔의 단점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이긴 하지만 발코니 등 서비스 면적이 없다. 공고된 전용 면적이 전부라는 의미다. 또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아파트만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거주용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매입을 결정할 땐 가치 상승 가능성을 미리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교통, 교육, 편의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진 단지 위주로 매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아파트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도 차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별, 평형별 공급 규모와 거래 회전율 등을 두루 살펴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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