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평가했다. 이어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 평화·번영을 위해 협력할 국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광복절을 남북 민족사적 관점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차원에서 세계사적 의미로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을 공식 천명하고, 이를 토대로 한·일 관계의 빠른 회복과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합의문으로 한·일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킨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한·일 외교사상 처음으로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공식 문서에 남겼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 대선 후보 때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시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법 마련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당장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관련해 대법원에 압류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여부가 오는 19일께 결정된다”며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외교부가 강제징용 보상 관련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는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다”며 “사법 당국의 결론과 충돌되지 않도록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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