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세가 여전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비트코인도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5%로 전달(9.1%) 대비 조금 꺾이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급등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들은 근원 물가상승률이 올해 연말로 갈수록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에 기관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신호는 잇따르고 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가 퇴직연금 비트코인 투자 계정을 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번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신탁상품이 출시됐다.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6년 안에 3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상승세가 줄어든 건 물가상승률이 잡히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와 BoA, 씨티그룹 등은 모두 최근 미국 증시 상승세를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근원 CPI 상승률을 7월보다 0.2%포인트 높은 6.1%로 예상했다. BoA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Fed의 목표치(2.5%)로 내려가는 시점이 2024년 12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호재가 잇따르면서 대세상승을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탈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창업자는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두 가지 호재 때문"이라며 "하나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퇴직연금(401k)의 비트코인 투자 허용, 또 하나는 블랙록의 기관 대상 비트코인 신탁상품 출시"라고 설명했다. 앞서 스카라무치 창업자는 지난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6년 내 3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과 의회는 잇달아 우려를 나타냈다. 알리 카와르 노동부 차관보 대행은 피델리티의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노후 계획과 보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해당 계획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월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미국 상원의원 3명이 지난달 28일 아비게일 존슨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에게 서신을 보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401(k)에 비트코인 투자를 허용하는 건 큰 문제"라며 "퇴직연금은 시간에 따른 꾸준한 수익률이 중요하며 피델리티는 미국인들의 노후 저축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은퇴를 위해 저축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의회가 퇴직연금에 어떤 자산을 포함시킬 수 있는지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부의 퇴직연금 투자 제한을 막는 법안도 제출된 상태다. 지난 5월 토미 투버빌 상원의원과 바이런 도널드 하원의원은 잇달아 노동부가 가입자의 퇴직연금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나 지침을 내놓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부 주의 퇴직연금은 암호화폐 관련 펀드와 디파이(탈중앙화금융)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적은 있었지만 직접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상품과 제휴 계좌를 선보인 건 처음이다. 나스닥 상장사인 코인베이스는 블랙록과의 제휴가 발표되자 주가가 무려 30% 폭등하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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