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들어 훈련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북한군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하고,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하는 등 잇달아 도발하자 공격성이 강해졌다. 1969년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로 바뀐 이 훈련은 미국 본토에서 정예 공수사단이 수송기를 타고 오는 등 기동성이 대폭 강화됐다. 베트남전으로 주한미군이 줄어든 데 따른 대북 억지력을 높이고, 한국의 불만을 달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자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군사력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이에 한·미는 1976년 ‘팀 스피릿(Team Spirit)’ 훈련으로 대응했다. 이 훈련에는 매년 한·미 병력 약 20만 명이 참가했다. 휴전선을 넘어 북한을 점령하는 가상훈련도 실시했다.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일성이 ‘팀 스피릿’을 거론할 때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는 미국 의원의 증언도 있다.
1994년 미·북 간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되면서 ‘팀 스피릿’ 훈련은 중단됐고, 규모를 줄인 ‘연합전시증원훈련’과 ‘독수리훈련’으로 대체됐다. 그러다가 2018년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으로 야외 실기동훈련이 사라졌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실시돼 “전쟁이 컴퓨터 게임이냐”는 비아냥을 받았다.
어제부터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이 시작됐다. 이번엔 4년 만에 야외 기동훈련이 실시된다. 과학화 전투, 공격헬기 사격, 해상 초계작전 등 11개 실기동 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미 해병대의 연합 상륙훈련도 내년 봄 재개되는 등 차례로 훈련 정상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훈련이 재개되는 이상 북한이 겁을 먹고 도발 엄두도 못낼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한다. 실전 대비 없이 어떻게 강군이 될 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등을 위한 각종 대북 협상에서도 강한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평시 땀 한 방울은 전시 피 한 방울과 같다’는 격언도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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