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페이스 미국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원장(사진)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를 이렇게 평가했다. 페이스 원장은 2017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미국 우주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NSC: National Space Council) 사무총장을 지냈다.
페이스 원장은 우선 다누리호가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보다 개선된 달 주변 지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다누리호는 달 주변에서 우주인터넷 같은 통신 수단 역할을 하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연내성 네트워킹’(DTN: delay tolerant networking)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 실험의 결과는 미래 우주통신 네트워크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TN은 멀리 떨어진 위성으로부터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다. 다른 행성과 통신으로 연결되는 ‘태양계 인터넷’의 기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 이 서비스를 처음 구축했다. 이후 자연재해로 통신이 두절됐을 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페이스 원장은 “한국의 우주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이 우주 관련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새로운 우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오랫동안 과학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며 “한국과 미국이 달에서 로봇이 수행하는 역할과 지구 관측 분야에서 공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은 생물학, 물리학과 관련한 연구 실험조직을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미래 상업 우주 플랫폼에 보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페이스 원장은 미국의 달·화성 유인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 관여할지는 스스로 결정하겠지만 다른 과학기술 프로젝트보다 우주 탐사를 우선순위에 두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페이스 원장이 NSC 사무총장으로 있던 2020년 10월 미국 주도로 달과 화성 등을 탐사하기 위해 추진한 국제 우주 협력 프로그램이다.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따 지은 것으로 초기엔 미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등 8개국이 참여했다. 이후 한국과 브라질, 이스라엘 등이 합류해 21개국 체제로 확대됐다.
페이스 원장은 NSC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기 전엔 상무부와 NASA 등의 우주 정책 분야에서 일했다. 2008년부터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우주정책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NSC 사무총장 재임 때 완성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제임스웹 망원경은 이제 막 우주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결실을 낼지 모르며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제임스웹 망원경보다 훨씬 시야가 넓은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도 개발 중”이라며 “두 망원경이 우주의 거대한 구조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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