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17일부터 최대 0.52%포인트 오른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다. 연 6%를 돌파한 주담대 금리가 올해 안에 연 8%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은 물론 전세대출을 많이 받은 20~30대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의 금리 변동이 빠르게 반영된다. 코픽스엔 예·적금 금리와 금융채 등이 영향을 미친다.
한은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한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은행들은 연 3%를 웃도는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자금을 조달하면서 비용이 상승했다.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제를 앞두고 ‘이자 장사’ 지적을 받아온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빚내서 집을 산 중산층과 서민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연 3% 금리로 5억원의 변동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를 받았다면 월 이자액은 210만원이었지만 1년간 코픽스 상승률(0.95%→2.90%)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월 이자가 266만원으로 껑충 뛴다.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672만원에 달한다.
전세대출 금리 인상의 직격탄은 20~30대에 집중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전세 대출자의 61.1%(81만6353명)가 20~30대였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지난 4월 말 기준 96조3673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말에 비해 2.3%(2조1915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포함해 올해 남은 세 차례 금통위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연말엔 기준금리가 연 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코픽스도 동반 상승해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는 연 8%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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