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자사고·외고 폐지 계획을 뒤집고 다양한 고교체제를 유지하는 안을 국정과제에 넣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포함됐지만 2024년 시범운용, 2025년 전면 적용 등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자사고 존치를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자사고·외고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자사고는 2012년 50곳에서 올해 33곳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 18곳이 서울에 몰려 있고 지방에는 11개 광역시·도별로 1~2개씩 남아 있다. 서울에서만 최근 1년 새 4곳이 자사고 지위를 반납했다.
학부모들이 자사고를 외면하는 것은 무엇보다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2020년 전국 자사고 평균 등록금은 731만원에 달했다. 2019년 2학기부터 도입된 고교무상교육도 자사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고교무상교육은 고등학생의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자사고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등록금은 비싼데 입시에서 메리트도 없다. 자사고는 상위권 학생이 많아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대입 수시 모집에서 차별화한 생활기록부로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전국 단위 자사고에서는 대학 수준의 ‘AP미국정치’, ‘AP유럽사’까지 강의하고 있다. 이를 가르칠 능력이 안 되는 대다수 광역 단위 자사고는 차별화한 과목이나 활동 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수업으로 과정이 짜여 있다.
자사고를 둘러싼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한 것도 학부모들이 외면하는 원인이 됐다. 2025년 고교학점제로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이 좋은 학생끼리 모여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자사고의 단점이 해소돼 소수의 명문 자사고가 ‘귀족학교’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가 아닌 곳의 자사고·외고 인기가 식고 있다”며 “교육과정 차별화에 성공한 하나고, 민사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와 교육열이 높은 강남의 광역 단위 자사고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최만수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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