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했다. CJ대한통운(서울 서소문동)과 쿠팡 본사(서울 신천동)를 포함해 올해만 세 번째 본사 점거다.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는 사이 애꿎은 기업들만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하이트진로와 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70여 명이 오전 6시께 하이트진로 본사에 무단 침입했다. 손에 시너를 들고 있는 이들도 목격됐다. 건물 폐쇄회로TV(CCTV) 녹화본에는 경비원을 제압하는 모습도 담겼다.
시위 초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40여 명은 시위대와 대치했다. 출근길에 농성으로 발이 묶인 직원들은 오전 9시께 경찰과 노조 측 협의하에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 인력 300명가량이 투입된 가운데 오후 6시 현재 노조원 10여 명이 본사 옥상을 점거 중이다.
이들은 “경찰이 진입하면 뛰어내리겠다. 시너(인화물질)를 들고 올라왔으니 불을 붙일 수도 있다”는 내용을 방송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의 운송 위탁회사인 수양물류(하이트진로 100% 자회사)가 조합원 132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고, 그 중 12명을 상대로 2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양측의 갈등은 다섯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엔 화물연대가 강원 홍천 공장을 점거해 맥주 출고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에 대해) 당장 공권력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경제/곽용희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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