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지난 2일 대만으로 향하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탑승한 비행기를 추적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이 젠(J)-16D 전자전 전투기와 055급 구축함 등을 투입해 펠로시 의장을 태운 미 공군 소속 보잉 C-40C를 추적했지만, 미 항공모함 전단에서 출격한 군용기의 전자적 방해로 중국 측 전자전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중국군과 가까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J-16D는 함재기인 J-15D와 함께 중국군 전자전의 최선봉 무기로 꼽힌다. 055급 구축함은 2019년 처음 취역한 최신형 구축함으로 중국 군함 가운데 가장 최첨단 레이더를 장착했다.
군사 전문가인 허위안밍은 "055급 구축함에 설치된 레이더 탐지 범위가 500㎞ 이상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탐지 범위가 넓고 비교적 신형인 055급 구축함에 덜 익숙한 함상 요원을 감안할 때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비행기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이후 일주일 이상 이어진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과정에서 미·중은 정찰, 전자전 등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렀다. 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은 미군이 5일 하루에만 최소 7대의 정찰기와 조기 경보기를 대만 근처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이륙한 U-2 고고도 정찰기도 중국군 훈련 감시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군사적 대응을 공언했다.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리는 후시진 환구시보 전 총편집인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의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있던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을 대만 남동부 필리핀해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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