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쿠팡의 동탄 물류센터 현장 시찰에 나섰다. 쿠팡 노사관계 갈등의 원인이 된 '혹서기 대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야가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별 사업장 노사관계에 입법부가 적극 개입해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예정에 없던 G마켓의 물류센터까지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번 물류센터 방문은 지난 4일 고용부 업무보고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제안에 이어 여야 합의로 결정됐다. 환노위 의원들의 물류센터 방문은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 택배 근로자 산재 사건 이후 2년 만이다.
쿠팡은 현재 '물류센터 혹서기 대책'을 이유로 노사가 갈등을 빚는 바람에 장기 투쟁 사업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 지회는 쿠팡이 무더위에도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열사병 등 위험에 노출돼 있고, 제대로 된 휴게시간이나 휴게 장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제대로된 조처가 없어 물 한병으로 9시간을 버텨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쿠팡 측은 축구장 17개 크기의 물류센터를 노조 주장대로 일반 집처럼 시원하게 하려면 15평형 에어컨 2600여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에어컨을 설치한다 해도 대형 화물차가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형 물류센터라 효과가 없다는 걸 잘 아는 노조가 노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고 반박한다. 쿠팡은 이미 수천대의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및 정수기를 설치했고 물과 아이스크림도 무제한 공급하고 있다며 환노위 시찰에도 사뭇 자신감을 보인다.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지난 6월엔 노조가 서울 신천동 쿠팡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갈등이 진화될 기미가 안보이자 지난 7월에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예고 없이 동탄 물류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환노위의 현장 시찰에서는 여야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노사관계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반면, 반면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전해철, 김영진, 노웅래, 우원식, 윤건영, 이수진, 이학용, 전용기, 진성준 의원 등 환노위 소속 의원이 전원 출동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날도 예정에 없었던 G마켓 물류센터 방문 일정을 급작스럽게 추가하는 등 물류센터 혹서기 대책과 관련한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다만 정의당 측에서 노동자 대표가 현장 시찰을 참관하자고 제안하자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여야 간 합의에 위배된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당은 정부와 함께 "노사 관계는 노사 자율적 해결에 맡긴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이번 현장 시찰에 의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여당 관계자는 "입법부가 개별 사업장 노사관계에 개입해 자칫 특정 입장의 민원 창구 역할을 하는 게 적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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