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경기 과천)에 남아있는 법무부를 세종으로 옮기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세종 이전과 관련해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부처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에서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 개정안을 지난 16일 대표 발의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 근거법인 행복도시법 16조는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부처를 명시하고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다. 원래는 행정안전부도 이전 제외 기관이었지만 2017년 10월 법 개정을 거쳐 2019년 세종 이전을 완료했다.
김 의원은 “외교·국방·통일부의 경우 국가안보와 직접 연관이 있어 대통령과의 긴급한 소통을 위해 수도권에 있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은 법무부와 여가부는 타 부처와의 긴밀한 업무협조를 위해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가부는 몰라도 법무부까지 이전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특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의 세종 이전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물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공약에서도 거론된 적 없었다. 세종을 지역구로 둔 강준현 의원(세종을)도 2020년 행복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가부만을 세종 이전 제외 기관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측은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에서 법무부 세종 이전이 논의된 적 없었다”며 “세종청사에 물리적으로 입주가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배 의원 측은 세종 이전에 대한 법무부의 태도가 모호함을 지적하며 맞섰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준비하면서 수도권 잔류 부처들에 의견을 물었는데 여가부의 경우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따르겠다고 했다”며 “법무부만이 ‘관련 자료가 없다’며 가타부타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아 무척 의아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구청장을 지내는 등 자치발전·분권에 관심이 크다”며 “중앙부처 이전을 마무리해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뜻에서 발의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