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7일 16: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이 고금리를 제시하는 비우량 회사채를 찾고 있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자회사인 하나에프앤아이는 총 1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1년물 300억원, 2년물 7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오는 2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다음달 발행할 계획이다. 하나에프앤아이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 수준이다.
이번에 발행한 회사채는 차환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오는 11월 10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지난 6월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금리 변동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주춤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수요예측 일정을 다시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적격등급(AAA~BBB)의 최하단인 BBB급 기업들도 회사채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JTBC스튜디오에서 사명을 변경한 SLL중앙은 최대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1년 만기 단일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오는 24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달 말 발행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한국신용평가는 SLL중앙의 신용등급은 ‘BBB(긍정적)’으로 매겼다.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인 대한항공도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는 30일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다음달 최대 2000억원까지 발행하는 게 목표다.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비우량 회사채 발행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은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고금리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비우량 회사채를 선호하는 것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첫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발전용 연료 전지업체 두산퓨얼셀이 대표적이다. ‘BBB(안정적)’ 신용도를 갖춘 이 회사는 지난 2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400억원)을 뛰어넘는 620억원의 주문이 받았다. 이 가운데 410억원이 투자매매중개업자(증권사 등)를 통해 들어왔다.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 중 대부분은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 부서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그간 회사채 시장에서 유동성 확보를 미뤄왔던 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자본 조달 계획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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