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재고 감소에 유가 반등…허리케인·핵 합의·중국이 변수 [오늘의 유가동향]

입력 2022-08-18 09:00   수정 2022-09-01 00:31


연착륙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미국 유가가 4거래일만에 반등했다. 미국 주간 원유 재고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 되면서 유가가 올랐다. 다음 달 허리케인이 석유·천연가스 시추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 핵 합의와 중국 석유 수요에 따라 당분간 유가 흐름이 출렁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 가격은 배럴당 88.11달러를 기록했다. 전일(86.53달러) 대비 1.8%(1.58달러) 올랐다. 11일 이후 3거래일째 계속된 유가 하락세가 꺾였다. 이날 장외거래에선 오후 6시49분 기준 0.64% 하락한 87.55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유가가 올랐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8월 6~12일)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는 4억2495만4000배럴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705만6000배럴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전주 대비 10만배럴 재고량이 늘어나는 정도였다. 이토 가즈히코 후지토미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 시장은 잠재적인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상당히 높은 압력을 받고 있다”며 “변동성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가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는 △허리케인 △이란 핵 합의 △중국 석유 수요 등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다음 달 기상 악화가 변수다. 9월은 미국 멕시코만 등 대서양 서부에 허리케인 자주 출몰해 ‘허리케인시즌’으로 불린다. 허리케인 피해가 커질 경우 시추에 지장이 생기면서 에너지 공급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타리크 자히르 타이케캐피탈 이사는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핵 합의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감은 유가에 하락 자극을 주는 요인이다. 16일 미 국무부는 “EU에서 이란의 서면 답변을 받았다”며 “곧 미국의 입장을 EU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일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함께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 합의에서 탈퇴해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손상된 핵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럽연합(EU)이 미국, 이란 사이를 중재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과 죄수를 교환할 용의를 보이면서 협상 초기 분위기는 긍정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협상 성사에는 1년 이상의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17일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 공급이 회복되면 내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는 125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5~10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17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93.65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1.42%(1.31달러) 올랐다.

중국의 석유 수요도 변수다. 현재로선 유가에 하락 압박을 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정유업체의 원유 정제량은 5321만톤을 기록했다. 일일 평균으론 1253만배럴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8.8%, 전월 대비 6.3% 줄었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0.4% 오르는 데 그치면서 중국의 유가 수요가 빠르게 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정제 이익률도 줄어들고 있어 중국 정유사들의 감산 압박도 커진 상황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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