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원유값 인상에 난감해진 정부…낙농제도 개편 배제 시사

입력 2022-08-18 11:37   수정 2022-08-18 17:07


정부가 원유(原乳) 구매가격을 인상한 서울우유를 낙농제도 개편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비에만 연동된 단일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차등화해 공급가를 현실화한다는 취지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서울우유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페널티'를 매긴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브리핑을 열고 "서울우유가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에 앞서 원유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며 "향후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더라도 서울우유에 의무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농가와 유업체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겠다"며 "정부안에 대한 낙농육우협회 등 낙농가의 의견이 제시되는대로 협상을 재개해 낙농제도 개편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6일 서울우유가 대의원 총회를 통해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안정자금이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서울우유가 원유 1L당 58원을 조합원 낙농가에 지급하는 구조란 점에서 사실상 원유 구매가를 인상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그간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유업계가 '선(先)제도개편, 후(後)가격협상' 기조를 유지해온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독자적 가격 인상에 나선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서울우유의 이번 결정은 원유의 공급자인 낙농가와 수요자인 유업체가 자율적으로 시장 수요, 생산비 등을 고려해 별도 정부 지원 없이 구매 가능한 범위에서 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도 개편 과정에서 서울우유와 다른 유업체를 정부가 똑같이 대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현재 용도와 관계없이 마시는 우유(음용유) 기준으로만 납품이 이뤄지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 둘로 나눠 가격을 차등화하는 제도다. 가격 차등뿐 아니라 생산비만을 고려하는 가격결정 방식에 수요 요인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현실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음용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가장 비싼 품목인 음용유 단일 기준으로만 원유를 구매하는 현 제도로는 국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서울우유엔 적용하지 않고 한동안 원유 시장에서 수요·공급자간 자율 협상(서울우유)와 차등가격제 두 제도를 경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등가격제 하에선 유업체가 음용유 쿼터 이상 물량에 대해선 30% 가량 싼 가격에 가공유 목적으로 원유를 공급 받을 수 있다.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생산비 증감율에만 연동된 기존 가격 체계와 달리 수요 요인 가격 협상 과정에서 반영해 유업체 입장에선 기존 제도에 비해 소폭이나마 원유 구매가를 낮추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우유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경쟁사에 비해 구조적으로 높은 원가 구조를 갖게 되면서 비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축산농들의 협동조합인 서울우유는 일반 유업체와 낙농가들이 모인 낙농진흥회에 참여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원유 구매가격의 경우 매년 낙농진흥회에서 정하는 기본 가격을 적용해왔다.

농식품부는 낙농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낙농육우협회 등 낙농가 측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의 제도 개편안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박 차관보는 "낙농협회가 정부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대로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며 "가능한 빨리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최해 제도 개편을 마무리하고 보류된 상태인 원유 가격 협상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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