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지각변동…메리츠 웃고, 신영 울고

입력 2022-08-18 17:07   수정 2022-08-19 01:09

증시 불황과 금리 상승으로 2분기 증권사들의 실적 순위가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등 영업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업체는 순위가 크게 올랐지만, 그렇지 못한 신영증권은 ‘어닝 쇼크’를 내며 소형사 수준으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실적 순위 요동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 증권사 26개사의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이들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3조2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5조8034억원) 대비 44.5% 감소했다. 증시 침체에 따른 주식 수수료 감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증권사는 양호한 실적을 냈다. 작년 7위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순위가 조사 대상 기업 중 2위로 5계단 상승했다. 상반기 순이익이 4408억원으로 9.7% 늘어난 덕분이다. 실적이 7.42% 감소하는 데 그친 현대차증권도 18위에서 12위로 올랐다.

순이익이 40%대로 감소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순위가 각각 3, 4위로 한 계단씩 밀렸다. 순이익이 5279억원에서 2219억원으로 55.8% 줄어든 NH투자증권은 4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은 4606억원을 벌어들이며 1위를 지켜냈다.

중소형사에서는 변화가 더 극적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은 순이익이 742억원에서 85억원으로 88.5% 급감하며 17위에서 24위로 추락했다. 유안타증권(11위→19위), 한화투자증권(16위→21위), DB금융투자(19위→23위)도 순위가 많이 하락한 곳으로 집계됐다.

‘만년 소형사’로 불렸던 부국증권과 한양증권은 순위가 각각 23위, 22위에서 18위, 20위로 상승했다. 소형사로 분류된 다올투자증권은 13위에서 11위(순이익 957억원)로 오르며 중대형사인 하나증권(1383억원·10위)을 바짝 추격했다.
○실적 가른 IB·채권·해외사업
증권사들의 희비를 가른 것은 기업금융(IB), 채권, 해외사업이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에도 IB로 손실을 만회한 증권사들은 실적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소매금융 비중이 낮고 IB에서 강점을 보이는 메리츠와 다올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IB 중에서도 부동산 금융이 실적을 견인했다. 금리 상승기에 채권 평가 손실을 최소화했는지 여부도 큰 영향을 미쳤다. 메리츠증권은 보유 채권 만기 축소, 국채선물 매도, 금리스와프 매도 등을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을 줄였다.

사업구조를 다각화한 증권사들도 소나기를 피해 갔다. 해외 진출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순이익이 4606억원으로 29.5%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2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세전)이 64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3% 급증했다.

2019년부터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해온 부국증권도 IB가 호실적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국증권은 과거 자기자본을 통해 돈을 버는 전업투자자의 성격이 강했지만 ‘일 잘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등 IB 강화에 주력해왔다”고 전했다.

실적이 90% 가까이 급감한 신영증권은 2분기에만 자기매매(고유자본 투자)로 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기매매로 운용하고 있는 채권(6조5778억원), 외화증권(4352억원), 주식(3934억원)이 금리 상승과 증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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