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기존 호가보다 몸값을 억대로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국회의 행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가격을 추가로 낮춘 급매물이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가 지난 11일 9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0월 13억8000만원에서 4억원(약 29%) 급락했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직전 거래나 최근 호가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 5월 같은 면적 실거래가는 12억8000만원으로 3억원 차이가 난다. 시장에 나온 해당 단지 동일 면적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높은 12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단순히 시세가 내려갔다고 보긴 어려운 매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곡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12일로 일시적 1가구 2주택 비과세 기간이 만료되는 매물이었다"며 "2주택자가 되어 세금 폭탄을 맞느니 저렴한 가격에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당초 11억5000만원에 급매로 내놓았다가 팔리지 않자 2주택자가 돼 낼 세금만큼 가격을 더 낮춘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가격을 일반적이라 볼 순 없다"고 말했다.
2015년 분양된 해당 단지 동일 면적의 분양가는 약 4억3000만원이었다. 분양 당시부터 보유한 2주택자가 직전 거래가와 비슷한 13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3억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일시적 2주택자로 인정받아 비과세 혜택을 본다면 양도세는 약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가격을 수억원 내리더라도 세금을 줄이는 게 이득인 셈이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는 일시적으로 주택 2채를 보유하게 된 사람이 일정 기한 내 주택 1채를 처분하면 1주택자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기존에는 처분기한이 1년 주어졌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를 통해 2년으로 늘렸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처분기한이 늘어나고 최근 들어 집값이 연일 하락하면서 가격을 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조짐도 보인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파크뷰자이 2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20일 9억원에 매매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 5월의 10억2700만원이나 현재 시장 호가인 10억5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낮다.
남가좌동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가구 2주택 비과세 기간 만료를 앞둬 빨리 팔아야 했던 매물"이라며 "외부에 노출은 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도 당일 잔금 처리가 가능하면 9억원대에도 팔겠다는 급매물이 일부 있다. 모두 세금 문제를 겪는 매물들"이라고 귀띔했다.
내달 16일부터 특례 신청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종부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아직이다. 국세청은 오는 20일까지 법안이 최소 상임위원회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올해 특례 적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달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종부세 특례, 특별공제 적용과 관련해 "이달 20일까지 (국회 의결이) 되면 원활하게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례 적용이 가능한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해당 법안이 기한 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등과 맞물려 종부세 폭탄을 피하려는 급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수 제외 특례가 적용되지 않으면 올해는 물론 내년도 종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도 있는 만큼,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 매각해 종부세를 피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물 적체로 이미 낮아진 급매물 가격이 추가로 내려갈 여지가 생기는 셈"이라며 "집주인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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