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급망 위기 속에 나타난 무역수지 악화는 한국의 중국 의존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이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비철금속 수입이 올 상반기 기준 127억3000만달러(약 16조6495억원)를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 수입액 65억2000만달러(약 8조5301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은 광물 보유량이 많고, 전 세계 ‘가공 공장’ 역할도 하고 있어 한국은 핵심 원자재 구입을 위해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가격협상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며 “핵심 소재 수입 공급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절대적 경쟁우위에 있던 자동차 부문도 적자 구조화하는 움직임이다. 무협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분야는 2011년 무역수지 흑자가 23억1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적자로 전환돼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의 한국 신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가량 감소하는 등 수출은 줄고,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가전 등 한국의 주력 품목에서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은 작년 기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은 저가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추월했다. 한국과의 무역수지도 상반기 기준 지난해 17억4000만달러에서 올해 8억30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중국은 미래 산업을 이끌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 컴퓨터로 수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수십 초 만에 해내는 양자컴퓨터가 대표적인 분야다. 중국은 이미 양자컴퓨터에 2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구글의 양자컴퓨터보다 100만 배 이상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쭈충즈(祖沖之) 2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의 양자컴퓨터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위기론 속에서도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이 치밀한 전략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탈중국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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