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기업을 중심으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조4998억원 증가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6조5357억원) △SK하이닉스(5조6520억원) △LG화학(4조3634억원) 등의 순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30.7%)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21.3%), 디스플레이 부문(21.8%)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자산이 두루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시중에 바로 팔 수 있는 상품과 생산 과정에 있는 반제품·재공품 및 원재료로 구분된다.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제품이 팔리지 않고 쌓이거나, 원재료값 상승으로 이미 확보한 원자재의 재고 평가액이 늘어난 경우다.
최근에 늘어난 재고 중 상당 부분이 상품 재고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제품과 원재료에 비해 상품 재고 증가율(43.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재고자산평가손실을 2분기 실적에 대거 반영하면서 이만큼의 영업이익이 장부상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은 1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에쓰오일 등도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불어났다.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급증으로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대폭 축소하면 고용·소득 감소에 이어 소비도 위축되는 등 경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시설투자 규모는 20조2519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3000억원) 대비 3조원가량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년 시설투자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결정을 보류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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