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갯벌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식량 자원이 풍부한 바닷가에서 거주해 신석기시대의 조개더미가 발견되고, 삼국시대에는 미역을 먹었다는 기록도 《삼국유사》에서 볼 수 있다. 지금도 갯벌은 갯마을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무한 제공하며 생물자원의 생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갯벌은 육지에서 배출돼 퇴적되는 오염물과 부유물 등의 오염물질을 정화시키고, 홍수 및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아름다운 경관과 관광 등 여가 활동을 제공하니, 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가!
갯벌을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찾아가보자. 갯벌 생태계에 가서 직접 다양한 종을 탐색한다면 종 다양성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찰흙처럼 고운 곳, 모래가 많은 곳, 자갈이 깔린 곳, 갯바위로 이뤄진 곳 등 갯벌의 모습은 다양하다. 이 중 갯바위에는 여러 종의 생물이 부착해 살아가므로 갯바위가 보전된 지역에 가면 진흙 갯벌보다 다양한 종을 관찰할 수 있다.
갯벌로 떠나기 전에는 조수간만 차에 대한 정보 및 기후 조건 정보를 잘 살펴봐야 한다. 밀물과 썰물의 시각은 매일 달라진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는 매우 빠르므로 썰물 시각을 기준으로 2시간 전에 갯벌에 방문하는 게 적당하며, 썰물 시간일 때는 뭍으로 돌아오기 시작해야 한다. 또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사리’와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작은 ‘조금’ 중 사리일 때 날짜를 잡으면 해안가로부터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다.
삽이나 호미를 가지고 가보자. 도구로 펄을 퍼낸 뒤에 재빨리 고무장갑을 낀 손을 넣으면 생물을 잡을 수 있다. 또 갯바위나 돌에 붙은 생물을 따서 관찰할 수도 있다. 이때 갯벌 생물들의 집을 몽땅 망가뜨리거나 생물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찰하기를 바란다.
갯벌에서 바지락 등의 다양한 조개 종류(연체동물문), 갯지렁이 종류(환형동물문), 엽낭게나 쏙붙이(절지동물문) 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갯바위에서는 여러 고둥과 군부(연체동물문), 말미잘(자포동물문)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도 있다. 갯벌마다 서식하는 생물은 다를 테니 작은 도감을 가지고 가서 갯벌에 사는 생물의 외형을 잘 관찰한 뒤 동정(identification)하면 생물의 이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동정이란 생물의 대조가 되는 특징을 이용해 상위분류군에서 하위분류군으로 좁혀가면서 생물의 종명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양한 생물은 상호작용을 통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지만,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산업화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눈과 빙하의 양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는 갯벌 면적의 감소로 이어진다. 갯벌에서의 생물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많은 종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 해결과 갯벌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3년 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한 이후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세워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 1997년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이후 1999년에 습지보전법을 제정했고, 2019년에는 갯벌법(갯벌 및 그 주변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갯벌의 생물 다양성 보전과 생산적 관리 정책을 세웠다. 바닥살이를 하는 저서동물을 활용해 독성 물질의 분해 및 정화 효과를 연구하는 등 과학자들도 갯벌 복원을 위해 생물학적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러분도 갯벌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자신만의 실천 방안을 탐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고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까 말이다.
정해련 서울사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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