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엔터테인먼트 공룡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구독수 기준 넷플릭스를 넘어선 날, 구독료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스트리밍 업계의 경쟁은 가격으로 옮겨붙었습니다. 가격 인상과 광고 도입이라는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양대 업체의 경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의 에피소드 2, 가격 전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공룡 디즈니가 구독자 수 기준 스트리밍 시장의 강자 넷플릭스를 간발의 차로 넘어선 날, 구독료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양대 스트리밍 강자의 가격 경쟁이 어떤 국면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깜짝 놀라셨죠? 스타워즈의 캐릭터 ‘요다’ 동상을 세워놓은 분수입니다. 만 루카스필름의 사무실 앞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 골든게이트브릿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루카스필름은 너무나 유명한 영화 스타워즈와 인디아나존스 등을 제작해 인기를 얻은 영화 제작사죠. 1977년 처음 발표된 뒤 지금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를 꼽으라면 단연 스타워즈가 빠질 수 없습니다. 2012년 디즈니에 인수된 뒤로도 새로운 에피소드도 만들고, 이런 기존 인기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에 공급하고 있기도 하죠.
내부에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전시해놓았죠. 많은 사람들이 요다 분수를 보면서 이 건물 보기 위해 이렇게 서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유해 가족 모두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디즈니의 힘이겠죠.
이런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해오던 넷플릭스를 넘어섰습니다. 디즈니는 2019년 시작한 구독형 OTT 디즈니+를 비롯해 2007년 NBC유니버셜과 함께 내놓은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그리고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ESPN+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디즈니는 9월에 회계연도를 마감합니다, 세 서비스의 구독자를 모두 합쳐 2억2110만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구독자가 97만명 줄어서 2억2067만명이라고 했는데요 디즈니가 이를 근소하게 넘어선 겁니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수 감소로 고전하고 있을 때 디즈니는 구독자를 늘려나가며 역전에 성공한겁니다.
특히 디즈니+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디즈니+의 구독자 수는 1억5210만명으로 전 분기보다 1440만명 증가했습니다. 시장 전망치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인데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와 마블의 ‘미스 마블’을 출시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훌루는 4620만명, ESPN+는 228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넷플릭스의 지난 분기 구독자 감소를 보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산업의 한계가 언급됐었는데 디즈니는 역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살짝 보여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꼭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즈니+는 이곳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마블 코믹스의 영웅물을 중심으로 가족 중심의 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구독자 확장이 한계에 달한 것이라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 내 디즈니+ 가입자는 지난 분기에 단 10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미 구독할 사람들은 다 구독했다는 얘기일 수 있죠.
또 전체 구독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 브랜드 ‘디즈니+핫스타’(로고)의 성장도 더뎌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인도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크리켓의 인도 프리미어리그 내년 시즌 스트리밍 권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구독자 증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2024년 9월말까지 디즈니+ 구독자가 2억1500만~2억45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존 전망치에서 1500만명을 하향조정 한거죠. 디즈니+핫스타의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걸 인정한 거죠.
이런 구독자 증가 경쟁과 더불어 이번엔 가격경쟁도 촉발됐습니다. 가격 경쟁이라고 하면 보통 인하 경쟁을 떠올릴텐데 OTT 시장에선 인상 경쟁이 불붙었습니다. 그동안 워낙 출혈경쟁을 해온 터라 이제는 가격 인상과 광고 끼워넣기로 수익성을 개선해보자는 겁니다.
디즈니는 오는 12월 디즈니+의 월 구독료를 미국 기준 7.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광고를 포함한 상품을 새로 만들어 7.99달러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광고 없는 구독을 원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38%나 인상됩니다. 올 초에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약 11% 올린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세 배 이상입니다. 이런 구독료 인상 속에서 구독자 증가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도 지난달 광고를 포함한 플랜을 도입하기로 했었죠? 그 동안고수해온 무광고 정책을 포기하고 MS와 손을 잡고 광고를 포함한 요금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 스트리밍 공룡이 비슷한 방향을 잡아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디즈니는 훌루와 ESPN+를 함께 구독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묶음 요금제까지 더했습니다. 이렇게 요금인상에 나선 속내는 수익성 악화 때문입니다. 콘텐츠 스트리밍 부문은 자체 콘텐츠 제작 비용 증가 등으로 11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났는데도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3억달러 손실보다 적자폭이 심화된 거죠. 디즈니+가 처음 나온 2019년 말 이후 이 부문은 70억달러 이상의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콘텐츠 공룡들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경쟁을 펼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입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은 올해 4734억달러에서 7년 뒤인 2029년 1조6904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평균 19.9% 성장이 예상되는 거죠.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죠. 아이폰 등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도 애플TV를 운영하고 있고, 구글은 유튜브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죠. 기존 영화 및 콘텐츠 업계도 스트리밍 서비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HBO맥스와 디스커버리+를 통합하기로 했죠.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은 피콕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구요.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이미 영화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엔 리테일 경쟁사 월마트도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를 타진하기 위해서 파라마운트, 디즈니, 컴캐스트의 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월마트+ 고객에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겁니다.
애플과 아마존이 최근 미국 대학스포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컨퍼런스인 빅텐(Big 10)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다시 뛰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스포츠의 인기는 프로스포츠에 버금가는데요 빅텐 컨퍼런스의 풋볼과 농구 등 인기 스포츠의 스트리밍 중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인 거죠. ESPN은 40년 빅텐과 파트너십을 접어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케이블TV 시대가 저물고 라이브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나선 현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넷플릭스와 디즈니라는 거대 공룡들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또다른 경쟁자인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은 어떤 위치를 잡게될지 함께 지켜보시죠.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경제신문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