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도 넘은 교내 일탈이 반복되면서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생의 수업 방해 및 교사에 대한 욕설·폭력 등의 교권 침해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재할 수단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경기도 내 한 초등학생 A 군은 싸움을 말리던 담임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흉기로 위협을 가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A 군은 해당 학교로 전학을 온 지 나흘 만에 학교 복도에서 동급생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를 발견한 담임 교사는 싸움을 제지한 뒤 A 군을 수업 연구실로 불러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A 군은 연구실 서랍에서 목공용 양날톱을 꺼내 들며 교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A 군은 이 과정에서 "둘 다(몸싸움을 벌인 동급생과 교사) 죽여버리겠다", "때리는 것만 보고 상황 파악 못 하면서 윽박질렀다" 등의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교사는 진술서를 통해 해당 학생에 대한 학급 교체 등 처분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진술서에서 "톱으로 위협한 학생과 한 교실에서 지내야 한다"고 두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월 13일에는 강원도 내 한 중학교에서 학생 6명이 수업 시간에 청각장애가 있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등의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당국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은 오른쪽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왼쪽은 돌발성 난청을 겪는 등 청각장애를 가진 교사를 향해 "(어차피) 떠들어도 못 듣는다"고 조롱하며 휘파람을 부는 등 소란을 피웠다.
교사는 여러 차례 정숙하기를 학생들에게 당부했지만, 학생들은 이를 번번이 무시했다. 이후 교사가 떠드는 학생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책상을 치고 장애를 비하하는 발언과 욕설을 내뱉었다.
학생들은 뒤늦게 문답서를 통해 "선생님의 장애를 비하한 것을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교사는 이번 사건을 장애인 교사의 약점을 잡고 놀리는 중대한 인권 침해 사안으로 판단해 도 교육청에 형사고발을 요청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총 2269건이 발생했다. 이 중 학생에 의한 침해 행위가 2098건으로 9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전국 유·초·중·고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국 교원 10명 중 6명이 하루 한 번 이상 학생들의 수업 방해·욕설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교사에 대한 상해·폭행, 성희롱·성폭력 등까지 발생하며 점차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자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수업 방해 학생으로부터 교권과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교원지위법)을 지난 18일 대표 발의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학생도 교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교사의 교육활동에 '학생생활지도'를 포함했다. 기존 법은 교육활동의 범주에 생활지도를 포함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어디까지를 지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해 조치하는 경우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등 제재방안이 담겼다. 학생 간 폭력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폭행도 생활기록부에 남기자는 취지다.
또 학교장은 교육 활동 침해 행위를 인지한 즉시 가해 학생과 피해 교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마련됐다. 이를 통해 난동을 피우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게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교육지원청에 시·군·구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해 적극적으로 피해 교원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 의원은 "법 개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권을 회복해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학습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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