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준비사무실 첫 출근길에 밝힌 한 후보자의 구상에선 시대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공정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그는 새 정부가 내건 ‘역동적 혁신성장’을 달성하려면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 자유롭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효율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산업 실태, 국제 관행·협약과 상충하는 규제를 고집하는 공정위에 대한 원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한 후보자는 “반칙이나 부패 등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이 역시 맞는 방향이다. 부당한 기업활동 간섭과 규제를 철폐하는 동시에 반칙과 부패에 엄격한 균형 잡힌 태도야말로 기업과 시장이 원하는 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무소불위 공정위는 ‘기업 저승사자’이자 ‘벤처 훼방꾼’의 면모만 돋보였다. 오죽했으면 ‘공정위가 한국 산업 다 죽인다’는 말이 나왔을까.
새 정부 출범 뒤 거대 노조 갑질 대응, 이의제기 절차 신설 등 반가운 변화가 감지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하는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공정거래 법조항은 갈라파고스 규제로 점철돼 있다. 35년 묵은 대기업집단과 총수지정 제도는 한국에만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 문제를 두고 미국이 반발해 진퇴양난에 몰린 상황이다. 줄이겠다던 동일인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추가해 사생활 개입 논란까지 번졌다.
새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인사 난맥상이다. 한 후보자 역시 청문회를 통과해도 인기 없는 정권에서 가장 늦게 취임한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힘든 여건을 감수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눈감은 채 제재 만능주의로 빠진 탓에 추락한 신뢰도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한 후보자가 소신과 책임의식을 살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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