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은 이 같은 방안을 강제하기 위해 입법화에도 나섰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쌀 시장 격리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달 윤준병 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비롯해 이와 비슷한 법안은 총 다섯 건에 이르렀다. 이들 개정안은 쌀이 정부 목표치보다 3%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5%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 물량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는 강행 규정을 담고 있다. 매입 가격도 시장가가 아니라 생산비와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252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5630원) 대비 23.6% 하락했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7년 후 최대 하락폭이다. 벼 재고량이 예년의 두 배 수준인 데다 올해 풍작까지 예상돼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2020년 ‘쌀 목표 가격제’를 폐지하며 시장 격리제를 도입했다. 다만 시장 격리제는 ‘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을 놓고 보면 기준을 충족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시 시장 격리 시행을 유보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세 차례 시장 격리를 단행했지만 쌀값 하락이 지속되는 등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쌀농사 지원이 공급 과잉과 쌀값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쌀농사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소득세를 완전히 면제하는 세제 지원이 대표적이다. 다른 산업은 물론 소득세가 부과되는 과일 및 화훼 농가와도 대비된다. 2024년까지 5년간 2조4000억원이 지원되는 공익직불제 예산 역시 상당 부분 쌀농가에 돌아갈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쌀 소비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수요 감소에 맞춰 공급을 줄이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시장 격리제 의무 시행은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고 법 개정에 반대했다.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이외 작물을 재배하도록 농가와 계약하고 이를 직불제와 연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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