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은 다양한 혈관질환이나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의 기본 증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검사를 해 봐도 전혀 이상이 없는 경우를 알레르기성 자반증 혹은 과민성 자반증이라고 부른다. 알레르기성 자반증 또한 혈관에 염증이 저절로 발생한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간혹 혈관염에 의한 자반과 피부에 생긴 발진(홍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반과 피부발진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자반은 손가락으로 눌러봐도 여전히 붉은 상태를 유지하는데, 홍반은 눌렀다가 떼 보면 창백해졌다가 바로 다시 붉어진다.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구별법이다.
알레르기성 자반증은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생기는데, 성인이나 중년의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다. 주로 감기 후유증으로 다발한다. 특이하게는 초기에 심한 관절통과 복통을 동반하기도 해 입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신장염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반과 더불어 복통, 관절통, 신장염의 합병을 보이는 경우는 헤노흐-쉔라인 자반증(HS자반증)이라고 부른다.
한의서에 기록된 포도역(葡萄疫)이 바로 HS자반증이다. 마치 다리에 포도송이처럼 피멍이 생기고, 소아들에게 많지만, 중년에게도 발병하며, 사기가 위를 침범해 복통을 동반하기도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HS자반증과 동일한 질환을 설명한 것으로 치료 처방 또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반증에 다용하는 약재 중에 자초(紫草)가 있다. 자초는 우리말로 지치라고 하는데, 어혈을 제거하는 효과가 큰데 소염작용이 강해서 혈관의 염증을 진정시키고 혈관의 투과성을 정상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의학적 치료는 자반증의 만성화를 막거나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자반 또한 진정이 가능하다. 중등도 이하의 신장염에 의한 단백뇨와 혈뇨도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의약으로 치료하는 경우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가벼운 자반이라 할지라도 혈관에 염증이 저절로 생겨서 떠졌다는 자체가 자신의 면역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이유 없이 갑자기 다리에 고춧가루 모양의 피멍이 우수수 생겼다면 지체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동하 한동하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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