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회장으로 있는 동안 광복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내로남불 언행과 종북론적인 발언으로 숱한 시비에 휘말렸다.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백선엽은 사형감”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 같은 황당무계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임기 내내 물의를 빚은 김 전 회장은 국가유공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 경내에 운영하던 카페 수익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 등으로 지난 2월 물러났다.
그가 불명예 퇴진한 지 6개월여 만에 추가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재임 시절 광복회는 경기 성남시와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출판사업’을 추진하면서 총사업비를 시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0억6000만원으로 부풀려 수주 업체에 부당이득을 줬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모친 전월선 씨 만화책을 430쪽으로 백범 김구 만화책(290쪽)보다 비중 있게 제작해 미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사업 알선 명목으로 영세 업체로부터 1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의혹에 연루되는 등 8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보훈처는 김 전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약초학교 직원 및 인부 식대, 개인용 반찬비, 약값·병원비·목욕비·가발 미용비 등 업무와 무관한 곳에 법인 카드(410건, 약 2200만원)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등으로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보좌관, 시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지인을 공고·면접 등 공식 절차 없이 채용한 의혹도 불거졌다. 선열의 뜻을 받들어 민족정기 선양과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광복회 수장이 이런 사람이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를 두둔하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던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나.
이건호 논설위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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