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29·미국·사진)가 캐디 마이클 그렐러의 조언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 선두권에서 내려왔다.
문제의 장면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윌밍턴C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BMW챔피언십 3라운드 5번홀(파4)에서 나왔다. 골프닷컴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의견은 스피스의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빠진 뒤 두 번째 샷을 어떻게 칠지를 놓고 갈라졌다. 이 벙커에서 핀까지 거리는 145야드. 그 사이에는 해저드가 자리잡고 있다.
스피스는 해저드를 가로질러 그린 왼쪽에 공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공략하면 135야드만 치면 온그린이 가능한 상황. 게다가 스피스는 앞선 홀에서 버디 2개를 잡으며 공동선두로 치고 올라간 터였다. 스피스는 “어제 이 자리에서 샷을 했는데 잘 맞으면 그린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그렐러는 웨지로 벙커에서 공을 빼낸 뒤 다음 샷에서 온그린을 노리자고 제안했다. 해저드를 피해 ‘안전하게’ 한 번 끊어가자는 전략이었다.
이들의 대화는 중계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스피스는 “9번 아이언으로 높게 띄우면 승산이 있다”고 뜻을 접지 않았다. 그러자 그렐러가 한발 물러섰다. 스피스는 9번 아이언을 잡고 온그린을 노렸다. 하지만 공은 그린에 못 미쳐 해저드에 빠졌고, 결국 더블보기로 홀을 마쳤다. 공동선두를 달리던 그는 이후 3타를 더 잃으며 중간합계 4언더파 공동 26위로 경기를 마쳤다.
PGA 투어 통산 13승 보유자인 스피스와 그렐러는 PGA의 대표 단짝으로 꼽힌다. 시애틀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했던 그렐러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스피스의 가방을 들고 우승을 합작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2년 US오픈부터 본격적으로 그의 캐디로 일했다.
둘은 필드 위에서 적극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관계로도 유명하다. 주로 스피스가 ‘도전적인 샷’을 시도하려 할 때 그렐러가 말리는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대화는 많은 골프 팬의 관심사다. 방송사들이 그걸 알고 이들의 대화를 밀착 취재해 내보낸다. 이런 상황에선 그렐러의 판단이 맞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렐러는 항상 옳다”는 말이 골프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이번에도, 그렐러가 옳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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