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환 따라 내연기관 부품기업 위기…'에탄올 차량'에 힘 쏟는 브라질 주목해야

입력 2022-08-22 15:13   수정 2022-08-22 15:14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은 반도체와 2차전지·미래차다. 특히 테슬라로 상징되는 미래차 전환은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친환경,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짙듯이 큰 변화와 전환기엔 명암도 크게 엇갈린다.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도래할수록 새로운 성장산업 시장도 빨리 커진다. 반면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의 30%를 차지하는 내연기관 부품사의 내수 및 수출시장도 그만큼 빨리 상실될 위기에 처한다. 미래차 전환의 ‘딜레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심은 밝은 면에 집중된다. 자율주행·전기차, 2차전지엔 관심과 기대가 높고, 내연기관 부품산업엔 의심과 걱정이 많다. 동반성장과 공정의 시대, 정부가 앞서 챙겨야 할 것은 위기에 처한 내연기관 부품 산업이다. 미래가 보이고 돈이 되는 시장엔 쉽게 투자가 몰린다. 미래차는 혁신기업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규제혁신으로 밀어주면 된다. 반면 내연기관 부품산업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이 각자도생하기엔 너무나 어렵고 시급한 난제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내연기관 부품 제조, 유통, 서비스 업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여러 세대를 거쳐 마침내 큰 산을 옮긴 노력에 흔히 주목하지만 사실 거대한 산을 옮긴 해법은 ‘충분한 시간’이다.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면 어떤 노력도 산을 옮길 수 없었을 것이다. 내연기관 부품 제조 기업에 필요한 것도 미래차 전환 시대에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다. 브라질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과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차 전환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다.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주요 국가가 2030~2040년 내연기관차 종식과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진출한 국가 중에서 예외가 될 것이다. 에탄올과 가솔린을 동시에 연료로 쓸 수 있는 혼합연료차량이 2003년 개발된 이후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차량 대부분은 에탄올, 가솔린 겸용이다. 이런 추세는 2040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브라질의 특수한 에탄올 연료 자동차 시장 성장 배경엔 친환경, 경제성, 내수 기반 제조업 경제구조가 있다. 브라질 산업계는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 자동차 산업육성이 전기차 도입보다 탄소배출 감축, 친환경에 더 부합한다고 분석한다. 에탄올 원료인 사탕수수의 세계적 생산국인 브라질은 향후 경작 면적을 확대하기도 쉬워 경제성에 강점이 있다.

특히 브라질의 내수 기반 제조업 경제구조는 정부로 하여금 전기차보다 바이오 연료와 하이브리드 차량 육성으로 계속 기울게 할 것이다. 브라질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27개 기업은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은 농축산·광물 원자재에 집중돼 있다. 국토, 인프라, 소득, 고용, 사탕수수 산업 보호 등을 고려할 때 브라질 정부뿐 아니라 완성차업체도 에탄올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유인을 찾기 어렵다. 반대의 경우가 훨씬 현실적이다.

브라질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엔 멀고 낯선 곳이다. 그러나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과 국내 부품기업 다수가 진출해 있다. ‘브라질 코스트’로 외국 기업들에 악명 높지만 최근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내 한국 자동차부품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정부와 유관기관이 이끌어준다면 중남미 최대 경제 규모와 인구를 가진 브라질에서 전화위복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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