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아웃도어가 지난달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출시한 지 25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성 회장이 섬유산업에 뛰어든 지 50주년이기도 하다. 22일 영원무역 명동 사옥에서 만난 성 회장에게 소감을 물으니 “원래 감상에 잘 젖지 않는 편”이라고 웃으며 “1년의 절반가량을 해외를 오가며 바쁘게 살다 보니 50년의 비즈니스 인생이 훌쩍 지났다”고 말했다.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 5445억원, 영업이익 1331억원을 기록한 국내 아웃도어업계 1위 회사다. 40여 개 해외 아웃도어·스포츠웨어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영원무역 역시 같은 해 2조7925억원의 매출과 44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성 회장이 섬유업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72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섬유회사인 서울통상에 입사하면서다. 성 회장은 2년 뒤 영원무역을 창업했다. 만 27세 때다. 회사 이름은 즐겨듣던 클리프 리처드의 ‘더 영 원즈(The Young Ones)’에서 따왔다. 이후 성 회장이 걸어온 길은 국내 아웃도어업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후반 ‘오리털 파카’ 열풍을 일으킨 주역도 성 회장이다. 그는 “여대생들 사이에서 영원무역이 납품한 오리털 파카를 입지 않으면 간첩이란 말이 회자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하향세였던 한국 섬유산업도 그때 다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다운웨어에 대한 기술력은 글로벌 브랜드 납품을 통해 쌓은 노하우 덕이었다. 성 회장은 “해외 경쟁사들이 털을 다루고 최대 10만 땀의 바느질이 들어가는 다운웨어 생산을 기피할 때 우리가 뛰어들어 성장의 발판이 됐다”며 “뉴 엔트런트(entrant)는 남이 싫어하는 것, 때론 불이익도 감수하는 노력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직원들에게도 “좋은 머리를 안 된다고 변명하는 데 쓰지 말고, 하는 쪽으로 쓰라”고 주문하곤 한다.
1990년대 후반 아웃도어라는 이름을 유행시킨 것도, ‘고어텍스’라는 투습방수 원단을 사용한 의류를 국내에 소개한 것도 성 회장의 작품이다. 섬유산업의 산증인인 그는 2014년부터 6년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을, 2018년부터 2년간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회장을 지냈다. 성 회장은 “섬유업은 직물에서부터 디자인, 클라이언트 관리, 유통 등 신경 쓸 분야가 많다”며 “한눈 팔 겨를이 없어 자연스레 외길을 걸은 것 같다”고 했다.
아웃도어 시장은 여전히 미래가 밝다는 게 성 회장의 확신이다.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선 “비즈니스 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만큼 이미 성공한 사람의 길을 따르는 건 ‘각주구검(刻舟求劍)일 뿐”이라며 “나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웃도어 회사의 경영인으로서 건강관리는 어떨까. 젊은 시절 유도와 암벽 등반, 스킨다이빙을 즐겼던 그는 지금도 주 4회 헬스장에 다닌다. 성 회장은 “영원아웃도어가 세계에 우뚝 선 기업이 되려면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며 웃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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