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면충돌했다. 두 사람은 그간 쌓인 감정의 앙금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공식 석상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두 사람의 설전은 “한 장관은 (최 의원이) 재판받고 있는 사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당사자인데 당사자를 두고 질의와 답변을 이어가는 게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한다”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발언에서 시작됐다. 한 장관이 2020년 한 기자와 공모해 유시민 씨의 비리 의혹을 쟁점화하려 했다는 이른바 ‘채널A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한 장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최 의원은 해당 기자의 발언을 허위로 과장한 글을 SNS에 게시했다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이런 장 의원 발언에 대해 “(한 장관은) 본인은 피해자라 주장하지만 내가 더 피해자라고 보는 견해가 많지 않으냐”고 장 의원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한 장관이 최 의원을 향해 “제가 피해자다. 기소되셨지 않느냐”고 말했고, 최 의원은 “지금 신상 발언하는데 어디 끼어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장관은 “가해자가 법사위원회 위원 자격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질문하는 것이 과연 국회법상 이해충돌 규정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에도 설전은 이어졌다. 최 의원이 “검찰이 과거 인혁당 사건의 재심으로 이어져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저지른 잘못이 과거에 있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지금 검찰이 한 건 아니다”고 했다. 재차 최 의원이 “뻔히 아는 내용은 인정하고 가라”고 하자, 한 장관은 “말씀하세요 그냥”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최 의원이 “그따위 태도를 하면…”이라며 자세를 문제 삼자 한 장관도 “저는 그렇지 않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장관은 최 의원이 계속해서 인혁당 사건 관련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저의 형사사건의 가해자인 위원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이에 최 의원이 “그런 식의 논법이라면 댁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고 하자, 한 장관은 “댁이요, 댁이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되묻는 등 감정싸움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어 최 의원이 “대한민국 입법기관에 그런 태도를 보이나”라고 하자, “저도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나”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이어 한 장관과 직전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 간 신경전도 오갔다. 박 의원은 “특별감찰관 없는 특별감찰 활동 비용은 어불성설”이라며 “한 장관이 대통령과 아주 가까우니 임명하시라고 하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여러분이 같이 생각해주실 문제”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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